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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리포트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시리즈 – 1/6
일반인을 위한 컬렉션 스타팅 가이드 PART 3.

미술은 이제 일상이 되어 누구나 누리는 영역이 되었지만 여전히 미술 시장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 소비자 및 애호가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다. 본 고는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장 종사자 및 미술애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술 시장의 다양한 모습과 작품 구매를 위한 글임을 밝힌다.

3. 가격대별 적합한 작품 찾기 및 작품 가치의 이해

미술품 구매가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자신의 취미와 기호를 벗어나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술 시장에는 단계가 있고 각 단계별 요구하는 작품의 이미지와 가치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취급 작품에 따라 갤러리 및 아트페어가 속한 시장과 그 시장의 타켓층이 다름을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작은 예산으로도 투자용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시장에서 거래 되는 작품의 가치와 가격은 고정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미술작품의 가격으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 수만 원부터 천만 원 이하의 작품을 다루는 시장
2) 수십만 원부터 5억 원 내외의 작품을 다루는 시장
3) 수백만 원부터 수십억 원의 작품을 다루는 시장

  • 1) 수만 원부터 천만 원 이하의 작품을 다루는 시장

    즉석에서 소비되는 몇 만원에 해당하는 작품부터 천만 원 이하의 작품을 다루는 시장은 지역 특성을 살려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크고 작은 많은 공방과 갤러리에서 판매하는 디자인 제품부터 삽화 및 프린트 작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장소에서는 미술시장에 이제 막 진출한 신진 작가의 작품에서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및 유명 작가의 판화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감정적 가치 및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로 구매자의 취미와 기호를 반영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단 돈 몇 만원의 가격으로도 훗날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오리지널 전시 포스터 및 팸플릿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2014년 국내 한 옥션회사에서 김환기 작가의 1957년 전시 포스터가 3870만원에 낙찰되었다1). 당시 무료 혹은 극히 저렴한 가격으로 추정되는 전시 포스터가 4천만 원 가까운 낙찰가를 기록한 것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다시 평가되고 가격도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김환기, 두얼굴(1957), 포스터에 연필·과슈, 56×39 / 출처 : 케이옥션
    • [사진3] 김환기, 두얼굴(1957), 포스터에 연필·과슈, 56×39 / 출처 : 케이옥션

    해외 미술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활발하다. 2015년 3월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알렉산더 맥퀸 전시가 열렸다. 새비지 뷰티(Savage Beauty)라는 제목의 전시는 전시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 되며 미술계에 호평을 일으켰는데 당시 5파운드(한화 약 1만원)였던 포스터 가격은 현재 450파운드(한화 약 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2) 해당 포스터의 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2015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린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 포스터
    • [사진4] 2015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린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 포스터.
      전시 당시 5파운드였던 포스터는 매진되어 현재는 450파운드에 거래 되고 있다. / 사진 : 허유림
  • 2) 수십만 원부터 5억 원 내외의 작품을 다루는 시장

    런던 아트 페어(London Art Fair 2020)가 1989년 시작된 이래 올해로 32회를 맞이했다. 싱가폴, 캐나다, 독일, 일본 등 해외 참가 갤러리 10여 곳을 포함 100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참여한 이번 런던 아트 페어는 미술 애호가 및 소장가를 위한 작품을 취급하며 지역 색과 동시대 미술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아트페어중 하나다. 관람객은 특히 아트 프로젝트 섹션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의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본다. 해당 섹션에 출품된 작품에 수여되는 라이징 스타상을 통해 작가들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1968 - )와 제니 세빌(Jenny Saville, 1970 - ) 같은 작가들이 1996년 런던 아트 페어의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 그들의 초기 경력의 일부를 이곳에서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듯 중간 단계의 미술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프린트, 사진,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통 50만 원대부터 5억 원 내외의 가격대로 만나볼 수 있다.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일부 갤러리들이 작품의 가치 및 가격의 타당성으로 제시하는 근거이다. 이는 일정 금액을 넘어선 작품에는 개인의 취미 혹은 기호와 상관없이 가격을 형성하는 기준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20세기 영국미술과 동시대 미술작품을 다루는 CASTLEGATE HOUSE GALLERY 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존 벨라니(John Bellany 1942-2013)의 작품을 가지고 나왔는데 PoA(Price in Application)라고 적힌 작품 금액은 한화 약 2억 원이었다. 갤러리 주인은 뿌듯한 얼굴로 이 작품을 취급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는 말과 함께 작가의 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전시 이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미술관의 훌륭한 전시를 통해 조명되는 작가의 작품 가치가 시장 가격에 반영 된다며 역량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들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끌어내고 이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 Pourquoi II, John Bellany, 1967, Oil on board, 213.5 x 200.5 cm
    • [사진5] Pourquoi II, John Bellany, 1967, Oil on board, 213.5 x 200.5 cm
      CASTLEGATE HOUSE GALLERY 는 작년과 올해 모두 존 벨라니 작품을 선보였다.
    • CASTLEGATE HOUSE GALLERY 는 작년과 올해 모두 존 벨라니 작품을 선보였다. / 사진 : 허유림

    국내에서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 아트 페어를 살펴보고자 한다. 총 86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조형 아트 페어에는 국내외 작가 600여 명의 조각, 유리, 설치, 미디어아트, 회화 작품 등 2,000여 점이 소개됐다. 전시장은 갤러리별 부스 외에 다양한 주제·그룹별 특별전으로 구성되었다. 유망작가 부스, 창작 스튜디오 부스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를 보여주고자 한 점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다양한 순수 예술 작품 보다는 디자인에 가까운, 시각적 즐거움을 중시하는 작품들이 많은 점은 풀어야할 숙제이다.

  • 3) 수백만 원부터 수십억 원의 작품을 다루는 시장

    1907년 스위스의 갤러리스트 에르스트 바이엘러가 주도해 창설한 아트바젤은 미술 시장의 최상위 시장 중 하나이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갤러리들은 매번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함은 물론 각 갤러리 부스의 작품 디스플레이까지 엄격하게 통제함에도 불구하고 판매되는 작품의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 온라인 뷰잉으로 대체한 2020년 아트바젤 홍콩은 관계자들의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여성 작가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b.1953)의 2002년 작품 ‘Like Don Quixote’이 한화 32억 원, 역사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뤼크 튀이만(Luc Tuymans, b.1958)의 작품이 24억 원에 팔리며 미술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3) 그러나 가격 뒤에 숨은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유명 갤러리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는 외적인 요소를 벗어나 작품 자체에 담긴 시대를 담아낸 조형언어의 힘이다. 즉, 취향을 벗어나 작품이 속한 시대가치, 사회가치를 반영한 미술사적 가치의 획득이다. 수요와 공급을 벗어난 경제 법칙을 선보이며 거래를 성사시키는 아트페어에는 아트바젤과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올 하반기 9월에 예정되어 있는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이하 KIAF)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KIAF의 경우 몇몇 대형 갤러리들을 제외하면 차별성 없는 작품과 외국의 세계적인 국제아트페어와 비교해 해외 갤러리 참여가 적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미술 시장에도 이같이 단계가 있다. 첫째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감성적 가치가 제일 싸게 매겨지고, 이런 그림이 수만 원에서 수백만 원 이하로 지역 아트페어와 군소 갤러리에서 거래 되고 있다. 두 번째 단계 시장으로 미디어적 가치와 다소 수준이 높은 감성적 가치, 지역적 미술사 가치로 런던 아트페어에서 거래 되는 수십만에서 수억 원에 팔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사회적 가치와 미학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 거래 되는 프리즈 아트페어와 세계미술사적 가치와 미디어, 사회적 가치가 주로 거래되는 바젤 아트페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하층에 위치한 아트 마켓을 고가의 작품을 거래하는 상위 미술 시장과 비교했을 때 이 시장이 나쁘거나 틀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 단계에 맞는 작품을 판매하고 미술을 즐기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미술시장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동력이다.

4. 컬렉팅의 진실

2016년 런던 테이트모던 갤러리에서<The Radical Eye: Modernist Photography from the Sir Elton John Collection>라는 전시가 열렸다. 전시 제목에서 알수있듯 영국의 유명 가수이자 작곡가 엘튼존(Elton John, 1947 - )의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전시다. 얼추 소장자의 명성이 이 전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의 초점은 시대와 사회를 담아낸 사진가들, 그리고 이들이 바꾼 예술의 형태에 맞춰져 20세기 초반 사진의 발달 과정을 엿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만 레이(Man Ray, 1890-1976), 어빙 펜(Irving Penn, 1917-2009),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 1891-1956) 등 과연 한 사람이 소장 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수준 높은 작품들이 선보여진 전시는 호평을 이끌어 냈고, 무엇이 이런 방대한 컬렉션을 가능하게 했는가라는 질문에 엘튼존은 무려 4번이나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4)

"Collecting helps me educated”

  •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The Radical Eye: Modernist Photography from the Sir Elton John Collection’ 포스터
  • [사진6]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The Radical Eye: Modernist Photography from the Sir Elton John Collection’ 포스터 / 사진 : 허유림

많은 사람이 미술품 구매를 오해한다. 부자가 아니면 소장할 수 없다, 즐길 수 없다가 그것이다. 당연히 돈은 많은 게 좋다. 훌륭한 컬렉션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직 그것만이 좋은 컬렉션의 요건은 아니다. 돈으로만 본다면 작품 대신 골드바를 사는 것이 훨씬 단기간에 더 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미술품 구매에는 있고, 골드바 매입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바로 그림을 본다는 것 자체가 투자라는 사실이다. 미술을 통해 안목을 기르는 것은 삶의 질과 가치를 향상시키는 투자이다. 또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현재 작품을 통해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점은 사회적 투자로 연결된다. 이런 미적 안목을 디자인이나 생활 분야에 접목 시킨다면, 디자인 가치가 품질이나 기능보다 높아진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사회 변화를 들여다보는 안목으로 연결된다.

글 초반에 언급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컬렉션에 대한 정의 - 컬렉션을 만드는 것은 지식을 생산하는 방식 - 와 엘튼존의 이야기에는 작품 수집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를 간과한 채 작품을 단순한 금전적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 작품의 가치와 상관없이 비싼 작품이 자신의 안목을 대변할 것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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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련 기사 : 김향안 여사와의 애틋함 물씬…김환기 1957년 포스터 추정가 11배에 낙찰 (헤럴드 경제 2014.11.19)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41119000507

2) ALEXANDER McQUEEN - 'Savage Beauty' - original exhibition poster - very rare (Limited first edition. V&A, London)
https://www.etsy.com/uk/listing/673438505/alexander-mcqueen-savage-beauty-original ga_order=most_relevant&ga_search_type=all&ga_view_type=gallery&ga_search_query=alexander+mcqueen+poster&ref=sr_gallery-1-3

3) https://www.artsy.net/article/artsy-editorial-sold-art-basel-hong-kongs-online-viewing-rooms

4) Talk Art 2020.04.17 - Sir Elton John CBE (Quar ARTine special episode)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허 유 림

허 유 림 – K-ARTMARKET 편집위원

- 허유림은 예술 전시와 강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RP INSTITUTE 대표로 미술 시장 성숙을 위한 아트 컨설팅과 투어, 강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2019년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당신의 몸이 신자연이다’ 전시를 기획했으며 <미술품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