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자 : 김유민 / 독립큐레이터 등록일: 2025-12-17
디지털 아트가 실험적 형식에서 벗어나, 예술과 시장, 제도를 잇는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비디오, 컴퓨터 그래픽, 알고리즘, VR·AR·XR 등 디지털 기반 매체를 활용하는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2020~2021년 NFT 열풍은 디지털 아트가 자산으로서의 가능성과 제도적 잠재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일부 미술관과 컬렉션 기관에서는 기존의 보존 방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디지털 작품의 유통과 보관, 메타데이터 관리, 실행 환경 유지 방식 등을 새로운 과제로 인식하고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아트는 이제 ‘매체의 확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제도, 기술 그리로 유통 방식을 포함한 미술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기획한
지난 11월 14일,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컨퍼런스의 프로그램 역시 이 구성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Signal 세션에서는 디지털 아트의 현황에 대한 발제와 이를 확장하는 패널 대담이 있었다. On 세션은 두 개의 작가 토크와 디지털 아트의 수집과 보존에 대한 발제로 구성되었다. 토크는 쇼케이스 참여 작가 중 4팀이 디지털 아트의 작업 방식과 작품 요건을 주제로 각자의 작업을 발표했다. Sale 세션에서는 갤러리, 옥션·페어 관점에서 글로벌 디지털 아트 거래 구조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제 및 청중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후, 미술시장 유통 전문가들이 한국 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략을 논의하는 토크로 마무리되었다.

Signal : 형식과 기술

사진 1. Signal 기조연설 : 크리스티안 폴(Christiane Paul, 휘트니미술관 디지털 아트 큐레이터)
컨퍼런스는 크리스티안 폴(Christiane Paul, 휘트니미술관 디지털 아트 큐레이터)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25년 넘게 휘트니미술관에서 디지털 아트를 담당해 온 그는 초기 컴퓨터 알고리즘 실험에서 VR, NFT, 최신 AI 기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아트의 흐름을 정리했다. 그는 디지털 아트가 단순히 기술 발전을 따라온 것이 아니라, 형식·감각·보존 방식을 꾸준히 실험해 온 과정임을 강조했다. 또한, 생성형 NFT와 블록체인 기반 예술을 설명하며, NFT를 단순히 진품 인증서로 활용하는 작업과 블록체인을 작품의 구조와 개념적 매체로 활용하는 작업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NFT의 연속성과 서사적 가능성이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영역이며, 앞으로 더 많은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I 아트’와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을 구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한 도구 활용을 넘어 AI의 구조·윤리·인식론을 작업의 핵심으로 탐구하는 경우만을 ‘AI 아트’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이대형((Hzone 디렉터)은 디지털 기술이 세계를 연결하면서도 문화적 특수성을 지우는 ‘평탄화’ 현상을 지적하며 그 원인을 물었다. 폴은 AI 모델의 최적화 과정에서 문화적 맥락이 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며, 지역적 특성을 담은 데이터셋과 작은 규모의 데이터셋(small dat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적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과 연구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기본 이해를 높이고 위험과 한계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정의나 범주에 얽매이기보다 기관 간 협력과 개방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기업·대학·박물관 등 여러 기관이 데이터의 의미를 희석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기관이 디지털 작품을 수집·보존할 때는 작품의 성격에 맞는 전략과 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할 전담 조직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On : 감각과 내러티브


사진 2~3. 정연두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국제갤러리 한옥 전시전경(좌) / 인세인 박 《아방가르드는 포기하지 않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전경(우)
On 세션의 시작은 알프레도 크라메로티(Alfredo Cramerotti, 미디어 마즐라즈 뮤지엄 디렉터)의 진행으로 정연두, 인세인 박 두 작가의 쇼케이스 출품작을 중심으로 영상 작업의 피지털(Phygital)화와 유통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디지털 포맷이 오브제, 공간 연출과 결합하면서 작품을 판매하고 보관하는 방식뿐 아니라 관객 경험을 재현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인세인 박은 <포스트 반달리즘>에서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허구적 다큐멘터리 영상과 스프레이·가면 같은 아날로그 오브제를 결합한 방식을 소개하며, 디지털 저장 매체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물리적 오브제가 훗날 작품 맥락을 증명하는 ‘증거’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연두는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진행한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소개하며, 영상·사운드·공간을 하나의 체험 구조로 만드는 작업 방식을 공유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한 <피치 못할 블루스>를 한정판 형태로 제작한 사례는 디지털 영상이 무한 복제의 형태를 보이더라도, 전통적 예술 시장의 희소성과 수집 방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는 작품의 핵심은 특정 감각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있으며, 이를 기록·재연하는 방식이 디지털 보존의 중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작가 매뉴얼과 큐레이터의 현장 경험 같은 ‘비물질적 지식’이 작품의 지속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반복해 언급했다. Q&A에서는 장비 교체나 기술 불안정 같은 실무적 내용도 제기됐지만, 두 작가는 디지털 아트의 핵심은 기술 유지가 아니라 디지털 이미지·오브제·관객 경험이 함께 만들어내는 작품의 작동 조건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카스 피노-라딘(Cass Fino-Radin, Canyon 예술·기술 디렉터)이 진행한 두 번째 토크에서는 추미림과 퓨처데이즈가 영상 작업의 기술 발전이 작업 방식과 작품 요건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며 작가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픽셀 아이콘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한 추미림은 픽셀을 ‘물감’처럼 활용해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하고, 아크릴·거울·종이 콜라주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해 관객이 화면 안팎을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픽셀·아이콘이라는 미시적 요소를 확대해 화면과 도시 표면, 물리적 오브제가 맞닿는 지점을 조형으로 구현해왔다고 설명했다. 퓨처데이즈는 VR, AR, MR과 공간 음향, 생성형 AI 등을 활용해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새로운 조형 환경을 탐구한다. 이들은 기술을 통해 퍼포먼스(공연)의 시간성과 현장성을 확장하며, 관객이 작품 안에서 서사를 경험하도록 하는 감각적 구조를 설계한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몰입형 인터미디어 오페라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하여, 전통 오페라가 가진 시청각적 요소와 몰입과 감각이 결합한 미래형 공연 예술의 확장성을 보여주었었다. 더불어, HMD(Head-Mounted Display) 배송이나 원격 관람 등을 통해 관객이 각자 다른 장소에서 동시 체험을 하도록 한 사례도 공유했다. 이어진 Q&A에서 두 팀의 디지털 기술 활용에 따른 창작과 재현의 고민이 드러나기도 했다. 추미림은 컴퓨터가 제안하는 중간값을 수용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대화’로 인식하며 작업한다고 설명했으며 최근에는 매뉴얼과 갱신 지침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고, 퓨처데이즈는 기술을 도구가 아닌 경험을 전달하고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보며, 이를 어떻게 전달하고 유지할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한다고 밝혔다.

사진 4. On 아티스트 토크 : 작가 추미림, 퓨처데이즈 / 모더레이터 카스 피노-라딘(Cass Fino-Radin, Canyon 예술기술 디렉터)
토크 진행 후 발제를 이어간 카스 피노-라딘은 디지털 아트는 기술적 기반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할 경제·제도적 구조가 부족해 현장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데이트와 장비 교체, 기술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시장 가치가 쉽게 축적되지 않아 갤러리·컬렉터·박물관 모두 부담을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 문해력 부족과 불명확한 책임 구조, 전통적 커미션 모델 역시 디지털 아트를 ‘거래되기 어려운 장르’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동 소유, 유지 관리의 서비스화, 라이선스·렌탈 기반 유통 등 새로운 모델들이 등장하며, 디지털 아트를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지속적 관리’를 전제로 하는 작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중과의 Q&A에서 그는 “국가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어떤 도움이 가장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기초 연구와 기술 개발(R&D)을 꼽았다. 타 매체와 달리 디지털 아트는 하나의 기술적 문제가 수천 점의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세기가 희소성과 소유에 기반한 예술 생태계를 만들었다면, 21세기는 지속적 관리와 협력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유지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디지털·미디어 아트는 소유보다 돌봄과 운영이 있어야 비로소 존재하는 예술임을 역설했다.
Sale : 유통과 신뢰
Sale 세션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거래 방식을 주제로, 기존 아트 컬렉션과의 차이를 갤러리·옥션·페어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먼저, 스티브 삭스(Steven Sacks, 비트폼갤러리 대표)와 울프 리저(Wolf Lieser, DAM Projects 디렉터)가 발제를 맡았다. 두 발제자는 뉴욕과 베를린에서 20년 이상 미디어·디지털 아트를 다뤄왔으며, 초창기 시장의 부재 속에서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며 NFT 이후 재편된 시장을 경험했다. 삭스는 디지털 아트가 초기부터 기술과 코딩을 결합한 실험적 장르였지만, 상업 갤러리와 시장 기반이 거의 없어 시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NFT 붐은 새로운 수요를 불러왔지만, 초기 NFT 시장은 기존 작가들의 작업 맥락을 희석하고, 작품을 모바일 기반의 자산으로 소비하게 만든 문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갤러리들은 기술, 보존, 암호화폐 기반 가격 책정 등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으며, 삭스는 이 과정에서 물리적 오브제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미디어 아트가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초기 디지털 작가들의 역사적 맥락과 실험적 작품을 현대 컬렉터가 이해하도록 교육하고 소개하는 갤러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뒤이어 발제한 울프 리저는 NFT와 전통 디지털 아트를 구분하며, 디지털 아트의 역사적 맥락과 지속적 작품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아트 시장 초기에는 컬렉팅 문화가 부재해 갤러리가 직접 시장 기반을 만들었고, 대부분의 미술관은 기증을 통해 수집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NFT 붐이 단순 상업적 급등이 아니라 언론과 기관이 디지털 아트를 재평가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음을 설명했다. 두 발제자는 암호화폐 기반 거래나 온라인 플랫폼 등 새로운 유통 방식이 디지털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켰지만, 최근에는 기존 미술 제도와 조응하며 제도권 구조로 편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 속, 기존 컬렉션 방식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갤러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옥션과 페어 관점에서는 세바스찬 산체스(Sebastian Sanchez, 브레반 하워드 디지털 아트 전략가)와 안젤 시양-러(Angelle Siyang-Le,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가 디지털 아트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산체스는 옥션 현장에서 디지털 소유권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며, 블록체인 기록이 거래의 투명성과 즉시성을 높이고 작가-컬렉터 관계를 더욱 직접적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시양-러는 페어가 디지털 아트를 어떻게 ‘공간화’하고 수용성을 확장해 왔는지를 소개했다. 아트바젤 홍콩은 팬데믹 이후 디지털 프레젠테이션을 자연스럽게 강화했고, 대형·하이브리드 설치를 위한 섹션을 신설하며 디지털 작품의 전시·수용성을 높이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MZ 컬렉터의 부상, 갤러리들의 암호화폐 수용, 기관·기업의 신규 후원 등은 페어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제시되었다. 정리하자면, 옥션은 소유·거래의 기술적 구조’를 통해 시장의 투명성과 유동성을 확대하고, 페어는 디지털 작품을 물리적 경험 속으로 다시 연결하며 수용성을 높여가고 있다. 두 영역은 각자의 강점을 통해 ‘디지털 소유의 표준’과 ‘전시적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 5. Sale 발제 Q&A :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정태희(서울옥션 경매사업팀 팀장) / 울프 리저(Wolf Lieser, DAM Projects 디렉터), 안젤 시양-러(Angelle Siyang-Le,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
스티브 삭스(Steven Sacks, 비트폼갤러리 대표), 세바스찬 산체스(Sebastian Sanchez, 브레반 하워드 디지털 아트 전략가)
Q&A 세션은 디지털 아트가 기존 미술 시장과 제도 안에서 실제로 어떻게 유통·보존되고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논의하였다. 패널들은 먼저 블록체인이 만든 거래 환경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거래 기록과 소유 이력이 투명하게 남는 장점이 있지만, 과열기에 형성된 가격까지 영구적으로 박제되는 특성은 시장의 변동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고액 컬렉터 층은 중개 없이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 늘고 있으며, NFT의 2차 거래는 기존 미술 시장보다 훨씬 빠른 순환을 보인다는 점이 강조됐다. 디지털 아트의 보존과 계약 부분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논의로 이어졌다. 갤러리와 작가가 작품마다 요구되는 기술적 요건·유지보수 범위·라이선스 권한·소스코드 공개 여부 등을 합의해 계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작품은 장기 보존을 위해 소스 코드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작품 원본성의 기준이 다르게 정의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언급됐다. 공공미술과 기관 전시의 가능성도 주요 질문 중 하나였다. 디지털 작업은 대형 화면이나 LED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공간에서 유연하게 순환 전시되며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지만, 설치·보존·라이센스 관리 방식은 기관마다 달라 여전히 과도기적 단계로 평가됐다. 한편, 온라인 환경에 친숙한 MZ 세대는 디지털 아트 언어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라 디지털 아트의 시장 성장 역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컬렉터 구조의 변화와 맞물린 흐름이라는 해석이 제시되었다.

사진 6. Sale 토크 :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이경민(미팅룸 디렉터) / 여준수(갤러리조선 디렉터), 이경은(아트링크 갤러리 대표),
세바스찬 산체스(Sebastian Sanchez, 브레반 하워드 디지털아트 전략가, 前크리스티 세일즈 매니저)
컨퍼런스의 마지막은 이경민(미팅룸 디렉터)이 사회를 맡아 한국 디지털 미술 시장의 현황과 글로벌 세일즈 전략을 주제로 패널 토크가 진행되었다. 이경은(아트링크 대표), 여준수(갤러리조선 디렉터), 세바스찬 산체스는 각자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마주한 쟁점과 전망을 공유했다.
첫 번째 주제는 디지털 아트의 소장과 거래 전략이었다. 복제가 전제되는 디지털 매체 특성상 희소성과 원본성의 정의가 핵심 난제로 제기되었다. 산체스는 민팅과 온체인 기록을 통한 투명한 계약 구조를 설명했고, 이경은은 물리적 에디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감상 경험을 중심으로 한 유통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여준수는 대용량 파일 관리, 블록체인과 보안 USB를 활용한 영구 보존 방식 등 전시 운영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제약과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전략으로 이어졌다. 패널들은 글로벌 커뮤니티가 이미 디지털 아트의 유통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한국의 경우 언어·문화적 환경을 이해하는 로컬 커뮤니티가 컬렉팅 신뢰를 형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준수는 갤러리 내부 네트워크가 이미 하나의 커뮤니티로 기능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교류가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이어 피지털 기반의 판매 전략도 주요 화두였다. 물리적 전시와 디지털 인터랙션이 결합할 때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구매로 이어진다는 점에 패널들은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동시에, 긴 러닝 타임의 영상 작품이나 설치 기반 작업은 여전히 판매 난도가 높다는 현실적 지점도 지적되었다. 마지막으로 기술·보존·설치 인프라 부족이 시장 확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로 논의되었다. 장비 유지, 업데이트, 수리 등 기술적 부담이 컬렉터에게 높은 장벽이 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 R&D와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산체스는 실무 중심 교육 사례를 들며 ‘현장형 교육’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Q&A에서는 이번 쇼케이스에 참여한 한국 갤러리들의 시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와 함께, 갤러리와 비영리 기관 간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현장의 분위기도 전해졌다.
소속 | 독립큐레이터
박물관, 문화재단, 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기획·운영해왔다.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과 예술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며 기획 방향을 확장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