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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여행으로 만나는 미술축제

집필자 : 김재석 / 엑스라지 디렉터 등록일: 2026-09-04



공식 홈페이지: k-artfestival.com
인스타그램: @koreaartfestival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 주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26.09.01 – 09.30 | 전국 주요 도시

9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하는 이 축제는 하나의 장소에서 열리는 단일 행사가 아니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를 비롯해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등 전국의 주요 미술행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지역의 전시와 미술관을 함께 소개한다. 올해 단연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은 서울 밖의 미술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미술여행’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지역의 미술관과 갤러리, 비엔날레 등을 두 곳 이상 연결하고 도슨트와 함께 이동하며 그 지역의 미술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I. 미술관에서 도시로
미술여행은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기차가 어느 역에 멈추고, 버스가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며, 미술관을 나선 뒤 어떤 길을 걷는지가 전시를 둘러싼 경험의 일부가 된다. 작품을 전시장 안에서만 읽지 않고 그것이 놓인 도시와 함께 바라보는 것. 경기에서 제주까지 마련된 총 8개의 코스는 각 지역의 미술관과 갤러리, 비엔날레 등을 연결한다. 지역의 미술 생태계와 도시의 풍경을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 보자. 성남과 수원을 잇는 《감각의 아트레블: 느리게 걷고, 깊게 담는 시간》은 미술관과 공원이 만난다.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한 뒤 율동공원을 걷고 수원시립미술관으로 이동하거나 행궁동 공방거리까지 이어간. 전시장을 나와 공원을 걷는 동안 작품은 독립된 이미지로만 남지 않는다. 방금 본 색과 형태가 나무와 건물, 사람들의 움직임 사이에서 다시 떠오른다. 도시를 통과하면서 전시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경험이다.

파주와 이천의 《ART WAY 경기: 2026 미술여행》에서는 전시장을 넘어 작가의 작업실까지 찾아간다. 헤이리 예술마을과 전시공간, 고색뉴지엄, 이천도자예술마을 등을 둘러보고 창작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직접 들여다본다. 작업실은 결과보다 과정에 가까운 공간이다. 창작의 재료와 도구, 완성되지 않은 작품, 때로는 실패의 흔적도 남아 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하나의 완결된 대상으로 바라봤다면 작업실에서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상상하게 된다.

청주와 세종에서는 《충청미술여행: 기술이 연 예술, 시간을 걷는 미술》을 따라가 보자.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거쳐 조치원문화정원, 부강성당과 홍판서댁, 이응다리, 금수동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인쇄술이라는 오래된 기술에서 출발해 현대미술과 건축, 도시의 풍경을 차례로 만난다.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미술이 전시장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의 시간과 기억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II. 글로벌과 로컬 사이에서
조금 더 멀리 떠날 생각이라면 광주행 KTX에 올라보자. 광주에서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세계적 담론의 중심에서, 가장 로컬한 창작의 현장까지–Glocal Gwangju, Art Edge》가 진행된다. 비엔날레 전시를 본 뒤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예술의거리를 지나 양림동 역사문화마을로 이동한다. 지역 작가의 공간과 작품도 만난다. 국제적인 미술 담론에서 출발한 하루가 지역의 역사와 생활의 풍경 속에서 마무리되는 셈이다. 비엔날레는 흔히 세계 여러 지역의 동시대 미술을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장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 전시가 열리는 도시를 함께 걸어보면 ‘동시대’라는 개념은 더욱 구체적인 표정을 얻는다. 전시장 안에서 만난 이미지와 양림동의 골목, 오래된 건축물, 지역 작가의 작업 공간이 서로 다른 시간대를 오가며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세계적인 미술과 로컬한 창작을 하나의 이동 경로 위에 놓는 것. 이 코스가 제안하는 미술여행의 색다른 방식이다.

대구에서는 미술을 보는 방식 자체가 이동한다. 《예술의 파장–대구 미술여행》은 대구미술관에서 출발해 수성아트피아, 갤러리문, 미디어아트 공간 모티로 옮겨간. 세계적 아티스트의 사운드아트와 회화, 혼합매체, 미디어아트를 차례로 만나는 구성이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어떤 작품 앞에서는 이미지의 움직임을 따라가야 한다. 미술의 장르가 달라지는 만큼 감각의 사용법도 달라진다. 대구를 미술관의 목록으로 기억하는 대신 공간과 공간 사이의 거리, 그 사이를 이동하며 경험한 감각까지 기억하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는 도시의 지형 자체가 미술여행의 일부가 된다. 《전환과 공명의 바다–2026 부산비엔날레 미술여행》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제16회 부산비엔날레를 관람한 뒤 원도심으로 이동한다. 전용버스를 타고 원도심의 역사와 공간을 살펴보고, 또따또가 갤러리에서 지역 작가들의 창작 현장을 만난 뒤 부산동구문화플랫폼에서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2026년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의 미술여행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코스이기도 하다. 을숙도의 넓은 전시장과 오래된 도심의 골목은 서로 다른 부산을 보여준다. 하나는 국제적인 미술의 장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의 삶과 창작이 축적된 장소다. 바다와 항구,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문화공간이 작품과 나란히 기억될 것이다.
제주에서는 미술관의 안과 밖을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 《말하는 미술관–전문가 3인의 시선으로 듣는 제주비엔날레》는 갤러리와 제주도립미술관, 예술공간, 제주돌문화공원을 연결한다. 또 다른 코스인 《바람이 머무는 건축, 제주에서 만나는 나》에서는 수풍석미술관과 포도호텔, 방주교회, 유동룡미술관을 찾아간. 이 여행에서 건축은 작품을 담는 배경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 된다. 자연 역시 전시장 바깥에 놓인 풍경이 아니라 작품을 경험하는 필수 조건이다. 제주의 바람과 빛, 돌과 물, 건축물 사이의 거리가 특별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시각예술 창작 워크숍도 놓칠 수 없다. 당진에서는 《감각과 사물: 기술로 깨어난 예술》을 통해 수집된 지역의 데이터와 주민의 기억을 디지털 장치로 시각화한다. 전라 완주에서 열리는 《AGAIN 산수유람》에서는 대둔산 자연 속 사운드와 AI 기술을 활용해 지역의 풍경과 예술을 이색적으로 만날 수 있다.

사운드 산수유람 광경. 대둔산의 소리를 녹음해 산수화 이미지로 출력하는 워크숍이다.

III. 공항에서 만나는 미술
올해 미술 축제에서 흥미로운 또 다른 장소는 공항이다. 여행의 출발과 도착을 담당하는 공항이 전시장으로 변한다.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국제공항 협력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인천·김포·김해국제공항과 협력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공항에서 작품을 보는 경험은 미술관과 다르다. 관람을 위해 찾아온 사람이 아니라 이동을 위해 지나가는 사람이 작품 앞에 선다. 캐리어를 끌던 손이 잠시 멈추고, 출국 시간을 확인하던 시선이 화면에 머문다. 미술은 특별한 목적지가 아니라 이동의 과정에 개입한다.
     인천 제1여객터미널 중앙 밀레니엄홀에서는 캔파운데이션이 기획한 《SHAPE OF NATURE / SHAPE OF LIFE》가 11월 14일까지 열린다. 오유경, 김보희, 정다희, 김영준, 박재범, 함희윤 등 여섯 작가가 자연과 인간, 생명의 관계를 다룬 작품을 선보여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거대한 LED 화면 앞에 잠시 멈추게 한다. 인천 제2여객터미널에서는 플랫폼에이가 기획한 《Pale Blue Dot, 2247》이 1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1990년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뜻하는 ‘창백한 푸른 점’과 미래의 시간인 2247년을 연결해 인천공항을 미래의 ‘우주 환승 터미널’로 상상한 전시다. 양정욱, 염인화, 한윤정, 신효흔이 참여해 키네틱 조각과 영상, XR, 데이터 시각화 등 일곱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관계와 공존, 미래의 이동과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를 질문한다.
     김해국제공항에서는 이용객의 동선에 따라 자연의 감각을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의 숨결: Journey into Calm》및 김포국제공항에서는 곽인탄, 백인교, 이지연 작가의 작품을 통해 현대 조각의 물질성과 정서적 연결을 탐구하는 《빚고, 잇고, 어리다: Shape, Connect, Linger》가 각각 진행된다. 공항을 전시장으로 만드는 일은 단순히 미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을 찾는 해외 미술계 인사와 여행객에게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동시에, 미술이 반드시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안에서만 경험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축제에서 공항은 여행의 출발점인 동시에 미술여행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만나는 마지막 전시장이 된다.


IV. 9월, 어느 도시에서 내릴까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의미는 전국의 미술 행사를 하나의 목록으로 묶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서로 떨어져 있는 전시장과 도시를 연결하고, 그 사이에 ‘이동의 경로’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미술여행에서 작품의 이미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으로 향하던 기차의 창밖 풍경, 다음 전시장으로 이동하던 버스, 작가의 작업실에 쌓여 있던 재료, 전시를 보고 나와 마신 커피 한 잔. 작품을 둘러싼 장소와 시간, 이동의 감각이 함께 기억된다. 미술을 보기 위해 도시를 찾았지만, 결국 도시를 통해 미술을 다시 보게 되는 일. 미술여행의 묘미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

김재석

소속 | 엑스라지 디렉터

엑스라지(xlarge) 디렉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술 전문지 『아트인컬처』의 기자 및 편집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2023년까지 갤러리현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하며 다수의 전시를 기획·총괄했다. 2025년 홈갤러리를 콘셉트로 한 엑스라지(xlarge)를 설립해 전시 기획과 신진 작가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프리즈 하우스 서울의 개관전 《UnHouse》를 기획했으며, 동시대 한국 미술을 다루는 대담의 모더레이터와 전시 연계 출판물의 에디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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