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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위의 카메라: 한국 사진이 지나온 자리

집필자 : 김지혜 / 애리조나 대학교 미술사학과 부교수 등록일: 2026-09-03


『사진과 한국(Photography and Korea)』을 쓰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한국 사진(Korean Photography)의 범주를 결정하는 조건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다. 책은 크게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여섯 개의 챕터는 한국 사진의 범주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로 쓰였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한반도에 관심을 두었던 서구 열강과 선진 과학기술을 통해 개혁을 꿈꿨던 진보 세력에 의해 소개되었으나, 처음에는 일반 대중에게 거부와 의심의 대상이었다. 1920년대에는 소형 카메라가 도입되면서 사진이 취미의 대상이 되었고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사진을 예술의 매체로 수용하려던 노력은 20세기 내내 다양한 방식의 사진 실험과 담론으로 이어졌다. 

    동아시아 영정 사진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국가 단위로 쓰이는 역사 서술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기에, 한국 사진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을 때 일국 서사를 넘어서는 책을 목표로 삼았다. 식민지기와 냉전의 시기 등 세계사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한국 사진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책의 표지 사진이기도 한 이갑철 작가의 사진은 1960-1970년대 한국 사진가들이 전통과 한국적인 것의 정수를 찾아 고민하던 시절에 대한 젊은 작가의 대답이었다. 당시 주명덕 (1940-현재), 육명심 (1933-2025) 같은 한국의 주요 사진가들은 급격한 국토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 가던 전통 문화유산과 비과학적이고 비문명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청산의 대상이 된 무속과 민간 신앙의 유물들을 전국을 돌며 기록해 사진집으로 출간하거나 『월간 중앙』 같은 대중지에 소개했다. 육명심의 제자이기도 했던 이갑철(1959-현재)은 경상북도 영덕에 풍어제를 촬영하러 갔지만, 기록성을 강조하거나 도시의 관찰자를 위해 이질성을 낭만적으로 투사하는 방식은 거부했다. 흰 도포를 입은 남성과 마치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듯한 다른 남성의 손 뒤로 해안선과 흐린 하늘의 수평선이 사선으로 찍혀 마치 사진가가 넘어질 뻔하거나 무언가를 피해 사진기를 돌리는 순간에 찍힌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사진은 2002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이갑철의 개인전 《충돌과 반동》의 대표 이미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한국 사진에 관한 책의 표지로 선택한 이유는, 이 책이 한국적인 것의 정수를 찾으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19세기 말 사진술이 도입된 이래 한국 사진의 역사가 여러 국내외적 상황과 맺어 온 긴장 관계의 궤적을 훑어보려는 작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림 1] 이갑철, 〈충돌과 반동 - 풍어제, 영덕〉, 1990/2002. 〈충돌과 반동〉 연작 (2009–2011) 일부,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과 한국』 표지 이미지, 작가 제공.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시기에 한반도를 기록했던 일본인, 서양인 사진가들의 사진을 통해 외부에서 바라본 한국의 풍경과 인물들의 모습을 추적하는 한편, 분단 풍경의 여러 면모를 기록하며 반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던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었던 작가들을 소개하려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정동석(1948-현재)은 1980년대 민중미술을 이끈 ‘현실과 발언’ 동인의 창립 멤버 중 유일한 사진가로, 그의 〈반풍경〉(Anti-Landscape)은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분단으로 갈라진 한반도를 한 바퀴 돌며 풍경사진이라는 장르의 범주를 실험한 파격적인 시리즈이다. 정동석의 사진은 외부인이 투영한 이국적 풍경과도 거리가 멀었다. 향토적 정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장승에 군사 구호가 새겨져 있거나 평화로운 해안가에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는 모습은, 급격한 도시화로 사라져 가는 촌락의 풍경을 낭만적으로 그리려 했던 앞 세대 한국 사진가들의 시도를 거부하는 것이기도 했다. 풍경 사진이 사회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타진한 정동석의 작업은 한국 사진사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그림 2] 정동석, 〈반풍경 839-3〉, 1983–1989, 젤라틴 실버 프린트. 작가 제공.

『사진과 한국』의 마지막 챕터는 한국의 디아스포라 사진에 관해 다루고 있다. 일본 및 북미와 남미로 이주한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를 다룬 작가들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북미의 다른 인종 가정에 입양된 사진가들과 한국으로 이주한 중동 및 아시아 이주자들의 삶을 다룬 작가들도 소개하며 한국 사진을 단일민족성의 범주를 넘어 서술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베네수엘라로 이주한 이수원 작가(1977-현재)는 버스에 탄 자신의 모습을 찍으며, 베네수엘라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종의 차이로 끊임없이 주변화되는 현실을 담아내고자 했다. 수잔 스폰슬러(Susan Sponsler, 1958-현재)는 백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한국의 친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었기에, 대중잡지에 실린 전통 혼례복 차림의 한국 남녀 사진을 낳아준 부모의 자리에 대신 세우고, 이를 미국 양부모의 사진과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림 3] 수잔 스폰슬러, 〈어머니 없이 /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은〉, 1997, 젤라틴 실버 프린트. 작가 제공.

이 책은 한국 사진의 역사를 단일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기보다는 다양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한국 사진이 어떻게 정립되고 재정립되었는지를 살펴보려는 노력의 결과를 보여준다. 미처 다루지 못한 작가들과 사진적 실험들은 다음 기회에 또 다른 맥락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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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소속 | 애리조나 대학교 미술사학과 부교수

동아시아 시각문화사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 연구자, 큐레이터. 애리조나 대학교 미술사 프로그램의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센터(CUNY Graduate Center)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fellow)으로 재직했다. 2022년부터 애리조나 대학교 크리에이티브 포토그래피 센터(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와 함께 아시아 사진에 관한 심포지엄 시리즈를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는 두 권의 책을 집필 중이다. 하나는 동아시아의 영정사진에 관한 내용이며, 다른 하나는 ‘일본 제국 안에서의 사진 네트워크’에 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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