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은 회화성과 섬유의 물질적 감각을 결합하며, 몸과 기억, 언어가 교차하는 감정의 지층을 탐구한다.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독일에서 섬유예술을 공부하며 두 매체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질적인 문화, 젠더, 언어, 인종의 경계에서 마주한 긴장과 충돌을 단순한 차이의 경험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이 스며든 내면의 풍경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이자 다름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작으로 바라본다. 작업에 주로 사용되는 바느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모계로부터 이어져온 손의 언어이자, 말보다 오래된 감각적 서사이다. 천 위를 오가며 반복되는 바늘의 흔적은 몸속에 침전된 기억과 시간을 시각화하며, 감정이 형태를 얻고 감각이 기억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한 개인의 서사가 몸에 새겨져 감정의 기록이자 역사적 흔적으로 남는 방식을 탐색한다. 그에게 ‘몸’은 생물학적 구조를 넘어 시간과 관계, 기억이 축적된 살아있는 아카이브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과 침묵한 목소리, 세대를 따라 전이된 무형의 기억을 자수, 회화, 섬유적 설치로 변환하며 감정의 순환과 기억의 층위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