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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리포트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시리즈 – 21.4 (1)
MZ세대가 주목하는 예술가와 전시는 무엇일까?

데이터와 예술의 만남
문화데이터광장 로고

[그림 1] 문화데이터광장 로고

출처 : 문화데이터광장

많은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21세기의 원유라 표현한다. 데이터가 화폐나 금처럼 새로운 경제적 자산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의 경쟁력을 데이터에 찾고자하는 기업이 다수 생겨나고 있으며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에 의해 사고하는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이라는 용어 또한 전 분야에 걸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예술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주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객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의 전략을 세워 관객개발을 하는 미술관이 있는가 하면, 데이터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도 생겨난 지 오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문화예술 분야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데이터'를 개방하는 등 공공의 영역에서의 움직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특히 문화데이터는 시장규모가 큰 문화산업뿐 아니라 순수예술 분야의 데이터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연극, 발레, 오페라 등의 예매 정보를 집계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공연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술시장 정보시스템에서는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미술품에 대한 가격정보를, 미술시장실태조사는 매년 미술작품 유통 및 전시 현황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데이터는 모두 개방되어 있어서 많은 문화생산자가 필요로 할 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전시회와 관련한 데이터
인터파크 티켓

[그림 2] 인터파크 티켓

출처 : 인터파크

미술시장은 미술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급자와 소비자의 거래에 의해 시장의 규모가 측정된다. 앞서 언급한 미술시장실태조사에서도 미술시장 규모는 미술품의 판매가 1차적으로 이뤄지는 화랑의 거래액, 그 이후 경매를 통해 2차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액으로 구분되어 측정된다.

하지만 미술시장을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면 미술품 거래뿐 아니라 미술을 향유하는 시장이 함께 존재한다. 이 향유의 시장은 미술관과 전시장에 방문하는 관람객의 소비가 주를 이루게 된다. 이들은 미술품을 소장하는 컬렉터는 아니지만, 미술품을 감상하기 위해 전시 티켓을 구매하는 미술 애호가라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미술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파악할 때 이 향유자들의 데이터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새로운 세대라 불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가 주목하는 전시회를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로 필자는 크게 두 가지를 선정했다. 하나는 인터파크티켓이 매년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전시회 예매율이다. 인터파크티켓은 MZ세대가 이용하는 국내 최대 예매 사이트인 만큼 실제로 어떤 전시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필요한 데이터는 관람자들의 만족도이다. 이를 위해 전시회를 예매한 사람 중 실제로 전시장에 방문한 이들의 기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MZ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의 전시회명 해시태그 수로 지표를 설정했다.

MZ세대가 주목한 전시회 TOP 5
인터파크티켓 랭킹 이미지

[그림 3] 인터파크티켓 랭킹 이미지

출처 : 인터파크

인터파크티켓에 공개된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온라인 티켓 판매 데이터를 기초로 가장 인기 있었던 전시회를 상위 5위까지 나열했다. 200여 편이 넘는 전시 중 가장 높은 티켓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이다. 근소한 차이로 2위, 3위를 한 전시회는 각각 《앙리 마티스 특별전》과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다. 그 뒤로는 국공립박물관에서 진행된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과 《팁랩:라이프(teamLab: LIFE》가 포함되었다.

이후 각각의 전시회의 만족도를 파악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수가 많은 순서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예매율과 해시태그수의 순위가 다른 점을 알 수 있는데, 예매율과 관람 후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MZ세대가 주목하는 전시회의 특징과 인사이트를 크게 3개로 도출해보았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

[그림 4]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

출처 : 인스타그램

#팀랩라이프 : 23,104개

#르네마그리트특별전 : 12,760개

#유미의세포들특별전 : 8,403개

#앙리마티스특별전 : 7,334개

#새 보물 납시었네 : 1,475개

1. 직접 참여하는 즐거움
《팁랩:라이프(teamLab: LIFE》전시 현장

[그림 5] 《팁랩:라이프(teamLab: LIFE》전시 현장

출처 : 문화창고

해시태그 수가 가장 많았던 《팁랩:라이프(teamLab: LIFE》와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모두 미디어아트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아트 전시는 원화를 재료로 활용한 미디어 영상 작품들이 존재하는 전시회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원화를 가져오기 어려운 작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디어아트 전시가 많이 열렸다면,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히 명화의 디지털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회로 거듭나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경우 초현실주의 작가인 마그리트의 원작 대신 그의 작품을 재해석한 미디어 콘텐츠로 채워졌다. 그중에서 특히 마지막 전시장에서 선보인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룸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그리트의 그림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며 거대한 전시공간을 가득 채웠고, 관객들은 특별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팁랩:라이프(teamLab: LIFE》의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영상 속 자연을 즐기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변하는 참여형 체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는 관람객의 상호작용에 의해 완성되는 미디어 아트 전시회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고, 이러한 새로운 경험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미디어아트 전시회의 관객 참여적인 성격은 다채로운 인증사진을 유도하고, 이를 SNS에 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행위로 이어지며 향유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MZ세대는 원작의 아우라가 주는 압도감 대신 미디어아트가 선사하는 새로운 압도감을 즐기고 있다. 높은 화소와 거대한 스케일뿐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즐거움이 공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삼성역 근처에 설치된 거대한 파도를 표현한 미디어 아트를 비롯해 제주도의 폐허 공간을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장으로 되살린 ‘빛의 벙커’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관객참여형 미디어 아트는 MZ세대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2. 장르의 이동이 주는 새로움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그림 6]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출처 : 인터파크

한편 인터파크 온라인 티켓 판매량 1위는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렸던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으로 집계됐다. 특히 예매자의 연령대 중에는 20대가 60.6%로 압도적이었고, 30대 25.5% 순으로 MZ세대가 가장 많은 기대감을 보여준 전시회라 할 수 있다. 해당 전시회는 약 8천 개가 넘는 해시태그 후기 글을 기록했는데, 해당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림뿐 아니라 영상, 음악,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장을 채웠는데, 모든 작품은 원작으로 하고 있는 웹툰 속 유미의 세계를 재현하고 있다.

웹툰은 1030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은 2015년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이후로 약 30억 뷰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인기작이다. 유미라는 캐릭터와 웹툰 속 세계관을 전시회라는 새로운 형태로 선보이며 기존 팬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심지어 웹툰을 보지 않은 초심자들도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세계관에 공감하며 전시회를 즐길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전시장의 정보를 보여준 것도 입소문을 만들어냈다.

다른 장르의 팬덤을 전시회로 이동시키는 이러한 트렌드는 2019년도 인터파크의 티켓 예매율 1위를 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50여 편의 전시회 중에 1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전시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전시회로 재탄생한 경우이다. 약 100년에 걸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는 해당 전시의 성공 요인에는 이미 보유한 팬덤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는 친숙한 장르의 새로운 변신이 주는 신선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 클래식이 주는 안정감
앙리 마티스

[그림 7] 앙리 마티스

출처 : Photo by Hélène Adant
/Archive Photos via Getty ImagesGetty Images

인터파크 예매율의 2위와 4위를 차지한 《앙리 마티스 특별전》과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은 모두 기존의 방식으로 구성된 클래식한 전시회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미술관의 경우에는 원작의 형태로 현대미술을 선보이고, 박물관의 경우에는 역사적 유물을 선보이는 형태를 의미한다. 전체 전시회 중에서 미디어아트 전시회나 장르 다양화 전시보다 이러한 클래식한 전시회의 비중이 실제로 가장 높은데, 이 중에서도 두 전시회가 MZ세대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기대감에는 원본이 주는 아우라와 압도적인 작품의 수가 포함된다. 《앙리 마티스 특별전》의 경우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마티스의 작품 120여 점을 선보였다. 마티스의 가장 유명한 명화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마티스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기법 중 하나인 컷아웃을 통해 제작된 시리즈와 드로잉 등 풍부한 원작이 MZ세대의 기대감을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의 경우 2017년에서 2019년까지 새롭게 지정된 국보와 보물을 한데 모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회였다. 선조들의 미의식이 담긴 수많은 공예품과 서화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은 MZ세대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방문객, 학습을 위한 학생 단체 관람도 이끌어내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은 전시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해당 전시는 3주마다 서화 전시품이 새롭게 바뀌는 변주를 주며 일정에 맞춰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를 더했다. 이는 MZ세대의 재방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전시회와 관련한 데이터

데이터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도 풍부해졌다. 하지만 데이터를 해석할 때는 해당 데이터가 도출된 과정을 살펴보며 오류가 없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인터파크 예매율의 경우에는 예매자와 방문자가 상이할 수 있는 점과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없는 전시회의 데이터는 누락될 수밖에 없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해시태그 수의 경우에도 전시 기간과 비례하기 때문에 전시회 기간이 각기 다른 전시회를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 나아가 예매율과 후기 글이 많은 것이 언제나 좋은 전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흥행과 무관하게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의 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데이터로 읽어내지 못하는 직관과 모호함의 영역을 예술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역사가 있다. 데이터가 화폐가 되는 세상에서 어쩌면 예술은 완전히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이 지 현

이 지 현 – K-ARTMARKET 객원 편집위원

-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고 하는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회사 밖에서는 예술이 작동하는 순간을 탐구하는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며, 예술을 기획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