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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회]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 MZ세대는 예술과 어떻게 가까워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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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0
  • by 이지현 객원 편집위원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MZ세대는 예술과 어떻게 가까워지고 있을까?

비영리단체의 경영
피터드러커

[그림 1] 피터드러커

출처 : 피터드러커 포럼 홈페이지 www.druckerforum.org

예술경영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학자 중에는 피터 드러커가 있다. 그는 생전 경영학과 관련한 40여 권의 책을 집필했고 경영학을 하나의 학문을 통합했다고 평가받으며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예술경영학에도 기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비영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

드러커가 학자로서 활동하던 19세기는 GM과 같은 기업이 탄생하며 기계화된 대량생산과 이윤 추구가 우선시되던 사회였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드러커는 다른 학자와는 새로운 접근으로 기업을 바라보았다. 기업이 경제적 조직인 동시에 사회적 조직이라 말한 것인데 이는 기업이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일부로서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서 바라보게 했다.

자연스럽게 드러커의 관심사는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주체로서 비영리단체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고, 1990년도에는 『비영리단체의 경영 Managing the Nonprofit Organization』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비영리단체의 목표가 사명에 있다고 말했는데, 저마다의 사명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비영리단체 또한 기업처럼 전략적 경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영리 단체들이 고객을 설정하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이 서비스가 잘 이뤄졌는지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 단체들도 필요에 따라 영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중요한 것은 수익이 다시 단체의 미션을 달성하는데 사용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비영리 단체는 학교, 병원, 교회, 자선단체를 비롯해 미술관, 공연장과 같은 다수의 예술기관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다수의 미술관들도 지역과 나이 등 세분화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고객을 설정하고, 그들이 다시 미술관을 찾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결과적으로 드러커의 관심에서 비롯한 비영리단체의 경영전략은 비영리단체가 많은 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향하는 미술
밀레니얼 세대

[그림 2] 밀레니얼 세대

출처 : 구글 이미지

관객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달성하려는 미술관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지역, 성격 등 관객을 분류하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세대와 연령에 따른 구분이 먼저 이뤄지는 이유는 특정 시기에 태어나 공동의 경험을 가지고 자란 세대만의 특성이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10대, 20대가 아니라 출생연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특정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즐기는지를 보기 이전에 그 세대가 태어난 이후 성장해온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기보다는 미술씬에 중요한 향유자이자 공급자가 될 MZ세대가 실제로 즐기고 반응했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MZ세대가 열광하는 전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 프로그램, 자발적으로 소문을 내고 다닌 행사를 통해 MZ세대의 소구점을 살펴보고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이다.

시작에 앞서 MZ세대는 1983년도와 1994년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의미한다.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연구기관과 국가마다 조금씩 상이하지만 이번 글의 목표를 위해 정확한 세대 구분보다는 현재 우리 사회 안에서 새로운 세대라 감지하고 있는 10대부터 30대 중반까지로 생각하는 것도 무방하다. 나아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태어난 필자의 실제 경험과 관찰을 풍부하게 담고자 한다.

1. 새로운 방식으로 소유하는 미술

MZ세대의 새로운 움직임은 미술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장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굿즈, 분할 소유 등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술을 소유하는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세대인 것이다. 이는 소유 그 자체보다 과정과 경험을 즐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는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의 인기로 설명이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 굿즈

[그림 3]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 굿즈

출처 : 미미달 홈페이지 mimidar.com

보통 미술관 혹은 박물관의 굿즈는 수익보다는 관람객의 전시 만족도 증진과 이를 통해 재방문을 유도하는 역할로 많이 작용해왔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온라인숍 매출이 5년간 약 5배 이상 늘어나며 굿즈가 그 자체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의 인기는 2016년도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시리즈로 시작되어 최근 고려청자 에디션으로 그 인기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고려청자의 문양과 질감을 토대로 만들어진 핸드폰과 이어폰 케이스 등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었고, 구매를 위해 동시에 많은 접속자 수가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잠시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MZ세대가 고려청자 굿즈를 향해 보여주는 이러한 애정은 복고풍의 디자인이 다시 유행하는 '레트로' 현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아트 굿즈가 주는 특별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굿즈는 원작에서 비롯했지만, 실제 작품은 아니다. 동시에 MD 상품으로서 제품에 해당하지만, 일반 제품과도 다르다. 다시 말해 굿즈는 작품과 제품 사이에서 특별한 위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예술성과 실용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러한 아트 굿즈는 MZ세대에게는 생활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도구로써 작동한다.

블록체인 기반 미술경매 플랫폼 메세나스

[그림 4] 블록체인 기반 미술경매 플랫폼 메세나스

출처 : 메세나스 홈페이지 www.maecenas.co

예술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소유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모든 세대에서 동일하게 포착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원작뿐 아니라 굿즈를 통해 보다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예술로 자신을 표현하고 경험하길 원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트토이, 스니커즈 등 마니아들을 위한 거래 플랫폼 ‘서울옥션 레어바이블루’와 미술품을 분할 소유하는 시장의 탄생 등 곳곳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기존 미술시장에서는 단 하나의 방식으로 존재하던 미술품 소유가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미술씬에서도 MZ세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2. 온라인 친화적 미술 콘텐츠

MZ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원주민)라고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MZ세대가 예술을 즐기는 방식 또한 온라인 환경에서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경험이 단절되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 온라인 친화적인 미술 행사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랜선 미술관 투어

[그림 5] 마이리얼트립 랜선 미술관 투어

출처 : 마이리얼트립 공식 네이버포스트

특히 눈에 띄는 미술 콘텐츠는 ‘랜선 투어’이다. 특히나 미술관이 셧다운 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랜선 투어는 새로운 대체재로 등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온라인으로 전시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함께 미술관을 투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콘텐츠가 MZ세대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여행 시 필요한 예매를 통합적으로 도와주는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에서는 랜선 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PC만 있다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온라인에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출시 이후 매주 이용자가 1.5~2배가량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상품에는 미술관 투어도 포함되어 있는데,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베테랑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스페인의 피카소 미술관과 바티칸 투어를 함께할 수 있다. 가이드가 실시간으로 현지 모습을 중계하는 것과 스튜디오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진으로 소개하는 방식이 있는데, 전부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다.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경험이 디지털 친화적인 MZ세대에게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OTT 서비스의 변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동시간대에 접속해 콘텐츠를 함께 보는 동시관람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같이 볼 친구에게 URL을 공유하면 함께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OTT 서비스인 왓챠 또한 동일한 기능을 베타로 시범 중에 있다.

사비나미술관 VR투어

[그림 6] 사비나미술관 VR투어

출처 : 사비나미술관 홈페이지 www.savinamuseum.com

TV를 보면서 메신저 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던 것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MZ세대부터는 완벽히 OTT 서비스 안에서 경험이 완성되는 형태로의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비나미술관의 경우 VR 미술관을 구축하며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접속자의 요청에 따라 전시를 해설하는 온라인 도슨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러브 컨템포러리아트 갤러리는 유튜브에서 실시간 경매로 작품을 소장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관악문화재단은 ‘관악아트위크’ 행사를 통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유튜브 채널에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MZ세대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3. 밀도 높은 참여가 만들어내는 팬덤
MOMA멤버십 프로그램 설명

[그림 7] MOMA멤버십 프로그램 설명

출처 : MoMA 홈페이지 membership.moma.org

최근 해외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관 멤버십이 리뉴얼되고 있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일반회원, 후원자로 나뉘던 것들이 최근으로 오면서 멤버십(Membership)이라는 명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변화이다. 용어가 바뀌면서 제공하는 혜택 또한 온라인 경험 위주로 설계되었고, 나아가 멤버십의 비용이 사용되는 방향성도 강조되었다.

우선 제공되는 혜택에는 전시 개막식을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작품 제작 과정을 라이브로 접속할 수 있으며, 나아가 가상으로 작가의 스튜디오에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다. 또한 멤버십의 금액이 높을수록 작가와 큐레이터 등 내부 직원과의 교류를 제공하고 있는데, 뉴욕현대미술관의 경우 일정 멤버십 등급부터는 큐레이터와 커피를 마시며 전시를 즐기는 프라이빗 투어와 미술관 관장과의 만남까지도 가능하다.

또한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관심사별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데,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미술관의 경우 현대미술, 아시아미술 등 관심사별로 멤버십 교류를 도모하며 이들의 활동이 실제로 미술관이 소장품의 구입으로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시 말해 멤버십에 가입비가 미술관의 소장품 구입에 보탬이 되면서 단순한 회원이 아닌 후원자, 나아가 마치 미술관의 제3의 멤버가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멤버십 프로그램이 주니어 회원, 즉 MZ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멤버십의 비용 또한 연간 6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로 낮지 않게 책정되어 있음에도 멤버십의 가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미술관의 경우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인해 재정자립도가 올라가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MZ세대들의 경우 미술관에 대한 관여도를 높였을 때 브랜드에 대한 더 깊은 신뢰의 애정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시민큐레이터 모집 공고

[그림 8] 서울시립미술관 시민큐레이터 모집 공고

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sema.seoul.go.kr

이러한 밀도 높은 프로그램은 국내 미술관에서도 포착할 수 있는데, 일민미술관의 경우 전시를 다 보고 나서 전시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스몰아트토크’를 기획하기도 했다. 미술관의 문이 닫힌 저녁 시간대에 소수의 관람객을 초대해 전시 해설을 듣고 그 후 함께 관람한 이들과 전시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시민 10명을 선발하여 직접 전시를 기획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시민큐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시가 계속해서 만들어질 뿐 아니라, 참여한 시민이 잠시나마 큐레이터가 되어 미술관에 깊게 관여하고, 나아가 시민들의 지인들까지 서울시립미술관의 고객이 되도록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이 지 현

이 지 현 – K-ARTMARKET 객원 편집위원

-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고 하는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회사 밖에서는 예술이 작동하는 순간을 탐구하는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며, 예술을 기획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