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일제히 문을 닫게 된 전시공간들은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전시는 새로운 방식이 아님에도, 대면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작가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관객을 잇는 유일한 통로는 온라인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규모 기관보다도 작가를 홍보하고 작품을 판매해야 하는 갤러리들은 대규모 기관보다 빠르고 치밀하게 온라인에 적응했다.
2-2-1)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세계 최대 갤러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2017년 1월 ‘온라인 뷰잉룸’을 시작한, 갤러리 온라인 뷰잉룸의 첫 주자이다. 4년 차에 접어든 데이비드 즈워너의 온라인 뷰잉룸은 꾸준히 갤러리의 오프라인 전시와 연동하여, 또는 단독으로 온라인 뷰잉룸의 전시와 콘텐츠를 기획하고 판매를 구성한다.
데이비드 즈워너가 2017년 내건 ‘온라인 뷰잉룸’이라는 표현은 이제 전 세계 갤러리들의 온라인 세일즈 창구를 지칭하는 대표 명사가 되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데이비드 즈워너의 뷰잉룸과 비슷한 방식과 형식을 따른다. 사용자의 이름과 이메일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또는 승인을 거쳐 접근 가능하고, 확대 가능한 작품 이미지 또는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이미지와 함께 제공한다. 이와 함께 작품 설명, 작가의 주요 인터뷰나 글 등을 인용하고, 해당 작품이나 그 시리즈가 과거 전시되었던 전시 장면 등을 함께 소개한다. 뷰잉룸 전시를 위해 작가의 영상을 올리는 등 총체적인 전시 아카이빙 형식을 띤다. 작품 가격은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구매 가능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구매 또는 정보를 원하는 경우 문의 버튼을 눌러 이메일을 보내거나 채팅을 통해 답을 듣고, 작품 구매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설립자이자 대표인 데이비드 즈워너는 “온라인 뷰잉룸의 주요 목표는 새로운 컬렉터를 발굴하는 것이다. 우리 갤러리를 방문하지 못하는 다른 지역의 컬렉터와 젊은 세대에게 온라인을 통해 접근하고자 한다.”1)고 밝혔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2019년 6월 아트바젤 기간 ‘바젤 온라인’을 처음 개설하여 아트바젤 기간 동안 판매를 시작했는데, 쿠사마 야요이의 스테인리스 <호박>(2015)이 180만 달러에 바로 판매되는 등 19점의 작품이 약 5백만 달러(약 60억 원)에 판매되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데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작품 가격의 고정관념을 깼다. 가고시안갤러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기존 온-오프라인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뷰잉룸을 기획하고 운영해온 즈워너의 사례는 전시와 판매라는 두 방향성을 적절히 취하며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림 5] 제프 쿤스의 작품 <붉은 풍선 비너스>의 제작 과정과 레퍼런스를 소개한 데이비드 즈워너의 온라인 뷰잉룸 ‘스튜디오’ 전시.
7월 31일까지 공개되며, 이후로는 아카이빙될 예정이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p/CBdi-KvgQFi/?utm_source=ig_web_copy_link
2020년 아트바젤 홍콩과 바젤 에디션, 프리즈 기간에도 자체 온라인 뷰잉룸 전시인 온라인 시리즈를 기획하여 판매 성과를 이뤘다. 바젤 기간 전 제프 쿤스의 <붉은 풍선 비너스>의 제작과정과 스케치, 작가의 아이디어와 레퍼런스를 감각적으로 소개하는 ‘스튜디오(Studio)’ 시리즈를 기획했는데, 이러한 자료는 아트바젤에 출품한 해당 작품을 8백만 달러에 판매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갤러리의 첫 온라인 세일즈 디렉터인 엘레나 소볼레바는 2019년 8월 뉴욕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좋은 작품을 소개하면, 좋은 컬렉터가 오게 되어있다. 작가를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작가와 긴밀하게 일하는 갤러리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의미다.
2-2-2) 가고시안(Gagosian)
2018년 6월 아트바젤에 맞춰 시작된 가고시안의 온라인 뷰잉룸은 데이비드 즈워너와 다른 방식을 꾀한다. 주요 아트페어 기간 중 간헐적인 온라인 뷰잉룸을 운영하는데, 가고시안과 뷰잉룸의 웹사이트는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2020년 3월 아트바젤 홍콩 이후 공식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뷰잉룸을 선보이고 있다.
가고시안의 디렉터 샘 올로프스키(Sam Orlofsky)는 “온라인 뷰잉룸을 시작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주요 아트페어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고객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2)였다고 답했다. 새로운 고객 발굴보다 기존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겠다는 집중형 맞춤 전략을 펼치는 가고시안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도 주요 아트페어 기간에 맞춰 뷰잉룸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가고시안은 아트바젤 홍콩, 프리즈 뉴욕, 아트바젤 바젤 에디션 기간에 자체 온라인 뷰잉룸을 기획했다. 프리즈 뉴욕 기간 뷰잉룸에는 550만 달러(약 66억 원)에 달하는 세실리 브라운의 회화 <Figures in a Landscape 1>(2001) 한 점만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큐레이터의 비디오와 함께 이 작품과 비슷한 시리즈 또는 유사한 여러 작품의 경매기록, 브라운의 작품 가격 동향과 추이 등을 설명한 마켓 리포트를 제공했으며, 이 작품은 며칠 후 판매되었다. 아트바젤 바젤 에디션에는 전략을 바꾸어 열흘 동안 이틀에 한 번씩 작품을 바꾸어 다섯 번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레퍼런스와 함께 소개했다.
2-2-3)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가고시안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와 견줄만한 대형 갤러리인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역시 온라인 뷰잉룸 대열에 합류했다. 하우저 & 워스는 갤러리보다 아트센터 또는 출판사를 방불케 하는 행보를 취해왔는데3), 비교적 늦게 온라인 뷰잉룸을 시작했다.
하우저 앤 워스는 메노르카(Menorca) 섬에 위치한 레이 섬(Isla del Rey)에 2021년 개관하는 공간을 ‘아트센터’라고 명명했다. 하우저 앤 워스는 런던, 뉴욕과 스위스 곳곳의 갤러리와 출판사 및 서점, 전시공간 뿐 아니라 서머셋과 LA에도 과거 유서 깊은 건물과 공장 등을 개조한 대규모 공간을 운영하며 갤러리 너머의 행보를 보여 왔다.
[그림 6] 하우저 앤 워스의 첫 번째 VR 전시 제작 영상
출처 https://www.vip-hauserwirth.com/online-exhibitions/hauser-wirth-menorca-in-vr/
앞서 2019년 여름부터 하우저 앤 워스가 시작한 지속가능성과 미술계를 위한 맞춤형 기술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아트랩(ArtLab)은 첫 사례로 가상현실(VR) 전시를 모델링하는 도구 ‘HWVR’을 개발하여 공개했다. 메노르카의 공간을 개관하기 전 게임, 건축 산업의 기술을 활용해 실제 공간에 작품을 전시한 듯한 VR 전시를 4월 30일 공개했다. 아트랩의 기술은 단지 실제 같은 공간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정보를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미술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12월 연재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2-2-4) 그 외 사례
그 밖의 여러 갤러리들은 온라인 뷰잉룸 기획과 이를 통한 판매에만 집중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세계 각지의 작가들을 관객과 컬렉터에게 끊임없이 연결하려 노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 작가들이 직접 작업실 풍경을 담고, 코로나19로 인한 현 상황이 자신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고 답하며,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직접 요리하는 음식의 레시피와 최근 즐겨 듣는 음악, 독서 중인 책의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시리즈를 기획하여 정기적으로 SNS와 메일링을 통해 홍보했다.
한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자신의 갤러리 프로그램에 적용해 새롭게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리슨갤러리의 AR 전략과 쾨니히 갤러리의 VR 뷰잉룸을 비롯한 기술 관련 시도는 12월 연재에서 소개하겠다.
1) Tim Schneider, “Is Everything We Know About Gallery E-Commerce Wrong? How David Zwirner and Gagosian’s New Initiatives Break the Rules,” artnet news (July 9, 2018), https://news.artnet.com/market/zwirner-gagosian-online-viewing-rooms-1313270.
2) Tim Schneider, 위의 글.
3) 이경민, 「갤러리이야기-하우저&워스」, 『미팅룸』 (2015. 10. 28), https://blog.naver.com/meetingrooom/220522292229.
필자 소개
이 경 민 – K-ARTMARKET 편집위원 - 독일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서 여러 전시를 기획, 진행했고, 『월간미술』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국내외 아티스트와 미술인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글을 썼다. 미팅룸(meetingroom.co.kr)에서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활동하며 작가와 미술시장에 대한 글을 쓰고 관련 비평과 심사 등에 참여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연구하며 2019년 미팅룸의 공저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을 출간했으며, 최근 온라인 미술시장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