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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대한민국 대표 여류작가 분석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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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3
  • by K-ARTMARKET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한민국 대표 여류작가 분석 Ⅰ

작가 이불
여전히 진화중인 도발과 매혹의 예술가

  • - 창의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작품세계를 가진 이불은 우리 시대 대표적인 예술가 중 한명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현대미술계를 선도하는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한 이불은 날카로운 사회비판과 역사의식, 억압된 성역할에 대한 표현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인본주의적 탐구속에 개인적 서사를 투영시켰다. 이불의 작품은 퍼포먼스, 설치, 조각, 회화, 드로잉과 영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에서 시각화되어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도발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 여성, 전사,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는 이불을 규정하기에는 너무나도 협의의 언어일 정도로 그는 매시간 진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우리 시대의 아티스트다. 이불의 예술은 수많은 재료와 다양한 학문체계를 통하여 표현되는데 관객은 그의 작품에서 하나의 필수 요소로 포함된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인류가 공감하는 무거운 주제까지 그는 자유자제로 에너지를 시각화하며 작품을 선보인다.

    - 이불이 던지는 질문은 불편한 것마저도 매혹적이고 지적으로 나타나는데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굳건한 믿음은 관객들에게 항상 새로운 모험과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탁월한 원동력이다.

    “우리 집 안에는 또 다른 풍경이 있었다. 아름다운 색채로 작업하는 여자들의 방.”

    - 어린 시절 총천연색의 구슬로 만드는 핸드백을 만드는 풍경은 나중 크리스탈, 유리, 거울, 체인, 스틸로 가득한 작품으로 환생하였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사회적 계급구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예술가가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입학한 이불은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다. 길거리 맨홀에 들어가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행인들을 놀라게 했고, 연극에도 심취했으나 좋은 배우가 될 수 없음을 빨리 깨달았다. 고낙범, 최정화 등과 MUSEUM 그룹을 만들어 활동했는데 이들은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불리며 당시 미술계를 지배하던 민중미술과 단색화 씬과 별개의 한국 신세대 화가를 이끌었다.

    - 1987년 졸업 후 이불은 한국과 일본의 거리에서 공연예술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80~90년대 이불이 천착했던 여성과 몸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에는 혁신적인 수준이었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정치적 불안정성과 성 역할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도쿄 시내 한중간에서 인간의 몸과 장기를 형상화한 크레이빙스(1989)에서 이불은 당시 정부의 독재와 검열로 가득 찬 조건에서 살고 있는 예술가의 불안을 암시했다.

    - 인터뷰에서 이불은 “내 작품의 '괴물'적인 측면은 규정된 경계를 넘어서서, 분류할 수 없는 것, 불가사의한 것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매력을 건드리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불 作 크레이빙스(Cravings, 1989)

    이불 作 크레이빙스(Cravings, 1989)

    - 또한, 이불은 이 기괴한 옷을 걸치고 서울과 도쿄를 12일간이나 활보하며 이 퍼포먼스를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시인 최승자의 시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의 구절을 따온 것인데 남성 위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불 작가의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유를 표현한 것이다.

    - 1989년 동승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낙태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화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불이 여성의 신체와 성관계에 관한 한국 전통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한 것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대한 여성의 경험에 대한 개인화된 은유로서, 그녀의 연기는 낙태의 경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확장시켜, 신체와 자아, 공연자와 청중 사이의 대화에 공동체를 참여시키려 했다.

    - 1990년대 이불의 작품은 아름다움, 생명, 죽음,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인간의 몸을 탐구하게 된다. 특히 사회와 대상을 연결하는 문화적 경계선으로서 신체, 즉 피부의 본질적인 의미를 모색했다.

    이불 作 낙태(1989)

    이불 作 낙태(1989)

    - ‘마제스틱 스플렌더(1997)’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유리 진열장에 속박, 구슬과 꽃으로 장식한 썩어가는 물고기(도미)로 만들어졌다. 미술관은 물고기가 썩기 시작하면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예고도 없이 작품을 철거했고, 이로 인해 이불은 소송을 하여 승소한다. 아름다움에서 추함으로, 삶에서 죽음으로의 전환은 이 작품의 중심주제였고, 장식적인 재료는 이불이 말하는 ‘사회 현실의 요소를 작품에 개입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주로 여성들의 값싸고 육체적인 노동을 착취하는 국가주도 경제발전 프로그램에 관련된 계급, 소비, 생산의 역학 관계를 비판하는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피할 수 없는 주기를 매혹적으로 나타내 주었다.

    이불 作 마제스틱 스플렌더(1997)

    이불 作 마제스틱 스플렌더(1997)

    - 이와 달리 이불의 상징적인 ‘사이보그(1997~2011)’ 시리즈는 완벽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인체의 학계를 초월하기 위한 유기체와 기계를 병합하는 이상을 시각화한 것이었다. 이 시리즈는 일본애니메이션,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버네틱 혁명에 관한 에세이인 사이보그 매니페스토(1985)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해러웨이의 사이보그가 과학기술과 호모사피엔스의 결합물이라면 이불의 조각상들은 사지와 머리가 잘려나간 시체들로 미래의 불완전함을 묘사했다.

    이불 作 Cybog W1-W4(1998)

    이불 作 Cybog W1-W4(1998)

    -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펑크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나왔던 섹슈얼한 여성들이 당시 작가들의 관심사였는데 이불은 이런 SF 장르의 서브컬쳐를 문화적 뿌리를 가진 오브제로 끌어낸 최초의 인물들 중 한 명이었다. 공중에 부양하는 하얀 대리석의 사이보그들을 고전 조각상의 지위로 격상시켰는데, 이런 아름다움과 불완전함에 대한 시각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이불 作 Monster : Pink 1998

    이불 作 Monster : Pink 1998

    - 이러한 돌연변이의 개념을 확장하면서, 이불은 몬스터(1998-2011)와 아나그램스(1999-2005)를 만들었다. 이러한 생물학적 도형과 유기적 구조물의 조각은 미래의 종의 진화를 묘사하는 곤충과 식물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동기를 살며 한 여성 작가로서 체험한 삶과 시대가 투영되는 가운데 아름다움과 공포, 유토피아와 폐허, 자연과 기계같이 대칭되는 요소들이 발견되는데 이런 요소들이 장인적인 태도와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완벽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 기괴한 것과 불편한 것을 조합시켜 새로운 개체를 만들지만, 그 환상이 구체화하면 할수록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 이불은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작가로 참가해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때의 작품은 돌연변이의 요소에서 진화하여 대중문화의 상징 중 하나인 가라오케를 소재로 한 ‘속도보다 큰 중력(1999)’였다. 내장된 곡들은 오래된 러브송들이었는데 이를 틀어놓고 숲속에서 노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캡슐 2개가 인간 생활에서 기술의 역할에 대한 의미를 묻는 작품이었다.

    이불 作 Untitled (Anagram Leather #8)

    이불 作 Untitled (Anagram Leather #8)

    이불 作 Gravity Greater than Velocity (1999)

    이불 作 Gravity Greater than Velocity (1999)

    이불 作 Live Forever II 2001

    이불 作 Live Forever II 2001

    - 미래형 컨셉트카를 연상시키는 ‘리브 포레버’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안식에 대한 갈망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마치 아르키그램의 살아있는 포드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 실현될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끝없는 실패를 탐구하면서 이불은 모더니즘 건축 디자인에서 파생된 유토피아적인 도시 풍경들의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전 작업들에서 신체와 사회의 억압적 상관관계, 기술 문명이 초래하는 디스토피아에 이어 20세기 초 건축을 지배했던 담론을 다루며 이를 풍경으로 재구성하듯 대규모 공간설치 작업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 ‘나의 거대 서사(Mon Grand récit)’라고 불리는 이 시리즈는 디스토피아적인 초현실성을 통해 유토피아적인 꿈을 상징하며 건축 구조와 도시의 구조를 통합한 시설들은 완벽한 사회를 추구하지만, 다시 그것들은 필연적인 소멸만을 상징할 뿐이었다.

    이불 作 Because Everything 2005

    이불 作 Because Everything 2005

    - 이러한 나의 거대 서사에는 과거 군사정권하에 살았던 부모님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시대의 기억,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손자 이구의 삶 그리고 독일의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의 글래스 하우스가 녹아 있다.

    - 시리즈의 초기작품인 Because Everything(2005)에서 이불은 러시아 건축가 블라디미르 타틀린의 ‘제3인터네셔널(1919~20)’의 나선탑비등 상징적인 모더니즘 건축 모델을 재현했다. 이 상상된 유토피아 구조물의 위에는 ‘모든 것이/정말 어쩌면/아직도 무한하기 때문’이라고 쓰여진 LED 표지판이 있는데, 이는 유토피아적 욕망의 수수께끼 같은 표현이었다. 이질적인 건축 모델들은 공상과학적인 도시경관의 고속도로를 암시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흰색의 전기자형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불 作 Mon Grand Recit : Weep into stones 2005

    이불 作 Mon Grand Recit : Weep into stones 2005

    - Mon Grand Recit : Weep into Stones(2005)는 지질과 광물 형태와 조각난 건축구조를 결합한 초현실적인 집합체로 ‘휴 페리스의 1930년 미래의 초고층 빌딩에 근거한다’고 한다.

    - After Bruno Taut(사물의 달콤함을 조심하라)(2007)는 체인, 구슬, 유리를 폭넓게 사용했다. 이는 마치 유리관으로 알려진 독일의 선견지명이 있는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의 크리스탈 산을 연상시킨다. 그녀의 작품에서 건축적 요소들은 여전히 사회의 상태와 완벽에 대한 인류의 욕구를 위한 우화를 내포하고 있다.

    - Via Negativa(2014)는 인간의 마음을 위한 복잡한 은유로서 미래 환경을 형성하는 미로 같은 거울로 만들어진 홀을 특징으로 하는 설치물이다.

    ‘현대미술판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은 재료학부터 기계공학까지 다 아는 게 중요하죠.“

    - 정상급의 미술가로 올라선 뒤에도 이불은 여전히 진행형이자 매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끝없이 분출하는 예술적 에너지가 어디까지 미칠지 전 세계 이불의 팬들은 언제든 그 열정에 찬사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불 作 After Bruno Taut (Beware the sweetness of things 2007)

    이불 作 After Bruno Taut (Beware the sweetness of things 2007)

    이불 作 Via Negativa II 2014

    이불 作 Via Negativa II 2014

본 리포트는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의 미술작품 데이터 수집 및 콘텐츠 제작 용역 사업자인
이 추계예술대학교 이문배 교수진에 의뢰하여 작성된 리포트로
문화체육관광부 및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이 문 배

이 문 배

-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예술을 통한 창의적인 직업진로를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기획본부장으로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와 함께 미술 저작권보호 및 관리에 대하여 강의하고 있음.

- 이미지저작권 DB구축과 예술 창작물 유통 및 활성화를 위하여 연구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