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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미술여행, 전시 할인 쿠폰으로 특별하게 즐기다.

집필자 : 하선영 / 무하 대표 등록일: 2025-09-19



바람결이 달라졌다. 가을이 성큼 다가옴이 느껴진다. 매년 9월은 전국 곳곳의 크고 작은 미술 행사와 함께 시작된다. 마침 이 시기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문화예술 소비 활성화를 위한 공연·전시 관람 할인 쿠폰이 발행되었다. 덕분에 전시 관람료까지 할인받을 수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더위가 한풀 지나간 가을의 시작인 9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 동안 대구와 부산으로 나만의 미술여행을 떠나보았다.



 √ 대구 : 전통에서 근대, 동시대로 이어지는 미술의 여정



나무 기둥 사이로 스며든 햇살과 소나무 그림자가 부드럽게 경사를 타고 흐른다. 자연과 전통이 만나는 그곳,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의지와 염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상설 전시 입장료는 성인 기준 6천 원이지만, 이번에는 NOL티켓(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전시 관람료 지원 할인 쿠폰을 발급받아 3천 원에 예매할 수 있었다. 전시실 1에서는 대구간송미술관 상설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상설 전시지만, 작품은 연간 세 차례 교체된다. 이는 고미술품이 빛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조치일 뿐 아니라, 간송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기 위한 취지도 담겨 있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해마다 세 번 새로운 상설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전시실 2에서는 ‘조희룡 <매화서옥>: 매화 숲 속의 서재’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을 고요하게 독대할 수 있는 전시였다. 어두운 밤 만개한 매화꽃 사이의 작은 집 창문 넘어 서재를 들여다보면, 매화꽃 한 가지를 꽃병에 담아 바라보는 선비의 모습이 보인다. 산과 나무 그리고 매화꽃이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된 이 작품은 조희룡의 원숙한 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앞에서 직접 그 광경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시실 5에서는 실감 영상 전시 ‘흐름 •The Flow’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두운 공간 속 파도 모양으로 설치된 의자에 앉아 38M 반원형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디지털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상설전시 전시 전경 (좌) / The Flow 경 (우)


 대구간송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길 건너 대구미술관으로 향했다. 여전히 무더운 오후였기에, 내부 인테리어가 예쁘기로 소문난 ‘핸즈커피 대구미술관점’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으로 쉬어갔다. 이곳은 아이스크림 와플이 인기 메뉴이고, MD Shop에서는 다양한 굿즈도 판매하고 있어 전시 관람 전후에 들르기 좋은 공간이다. 잠시 휴식을 마친 뒤 대구미술관으로 입장했다. 대구미술관 성인 기준 입장료는 1천 원으로, 미술관 내 키오스크에서 간편하게 티켓을 발급받을 수 있다. 티켓을 받은 후에는 가장 먼저 3층으로 올라가 디지털 가상공간 〈몰입〉을 예약했다. 회차별 10명씩 30분 단위로 운영하고 있으니, 미술관에 도착하면 3층의 디지털 가상공간 예약부터 하는 것을 추천한다. 2층에 위치한 미술관 4·5전시실에서는 《대구 근대 회화의 흐름》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구는 일찍이 근대 교육기관이 들어서면서 서양식 미술 교육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1920~30년대에는 미술 전람회와 미술 동호회 등 다양한 미술 활동이 활기를 띄었다. 이 과정에서 이인성, 서동진, 손일봉 등 대구 출신이거나 대구에서 활동한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 작가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서양화의 수용, 2장은 본격적인 대구의 근대 회화, 3장은 해방기부터 한국전쟁까지 혼란기의 작품, 4장은 전후 시대의 새로운 경향을 다룬다.

1940년대 중후반에는 서울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전문 미술 교육기관이 설립되면서 작가들이 교수로 임용되었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전체 미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월북하고 몇몇 월남한 작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구 미술계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유입된 미술인들로 인해 오히려 규모가 확장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구 미술계에 탈자연주의적 경향이 나타나면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화풍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1950년대 말부터는 추상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관람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를 관람하며 각 시기 화풍의 진보적 변화를 관찰하는 데 몰입하게 된다.


《대구 근대 회화의 흐름》 전시전경 (좌) / 디지털 가상공간 《몰입》 전시전경  * 대구미술의 지역성과 역사성, 그리고 현대적 실험성을 대표하는 15명의 작가 작품을 선정해, 6부작 실감 콘텐츠로 재구성한 전시 (우)

전시 관람 후 3층으로 올라가서 처음 예약해 둔 ‘몰입’ 상영관에 입장하였다. 관람한 영상은 ‘대구 근대 풍경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대구 근대 회화 작가 서동진과 김우조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이 영상은 당시 대구의 풍경을 담은 회화작품들을 실감형 콘텐츠로 구현하고, 작가의 내레이션을 곁들여 풍부하게 설명을 더해준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마치 작품 속 산책길을 함께 걷는 듯한 체험을 제공해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벅찬 울림으로 확장되었다.


 대구미술관에서 근대 회화 전시를 관람한 뒤,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에 들어서자 웅장한 박대성 작가의 한국화 대작이 맞이하며 전혀 다른 감각의 장면이 펼쳐졌다. 특히 7M 높이의 대형 작품인 〈폭포〉는 높은 층고를 갖춘 갤러리에서만 설치가 가능한 작품으로, 하단에는 작가가 직접 고안한 한글체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따라 읽다 보면, 두 갈래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소리와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2층에는 이번 리안갤러리 대구 전시를 위해 박대성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 버드나무 시리즈 〈유류〉가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경주 물가에 늘어선 버드나무의 기운을 옮겨왔다고 말하며, 흐트러진 능수버들 사이로 자신의 시선에 따라 다른 위치에 놓인 만월을 바라보게 한다. 


박대성 개인전 《화여기인》 전시전경, 대구 리안갤러리


《퓰리처상 사진전》, 뮤씨엄 대구점 전시 전경 ⓒphototravel_david, 사진 출처: 뉴스1

※ 본 원고에 사용된 사진은 전시장 내 촬영 금지로 인해 보도자료 이미지를 인용함.

대구에서의 마지막 전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갤러리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뮤씨엄 대구점에서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진행되어 세계사의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을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었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시작해 각 장면은 사건의 무게와 사람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며, 관람자에게 진한 감동과 사유의 시간을 선사했다. 

눈은 예술로 배불렀지만, 입맛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침 도보 거리에 대구 학생들이 즐겨 찾는 ‘황떡’ 본점이 있어 간단히 허기를 채우기로 했다. 카레 향이 진하게 스며든 떡볶이는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만한 맛이었고,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져 ‘소울 푸드’라 부를만했다.





 



√ 부산 : 자연에서 현대, 국제로 확장되는 예술의 경험


대구 전시 일정을 마친 뒤 저녁 KTX를 타고 45분 만에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역에 도착해 숙소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영도로 정했다. 영도는 최근 오래된 주택을 개성 있게 리모델링한 독채 숙소부터 합리적인 가격의 소규모 호텔까지 갖추고 있어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영도대교를 건너 자리한 호텔들은 낮에는 고요한 항구와 주차장 풍경을 마주하지만, 밤이 되면 불빛으로 가득한 포장마차 거리로 변하며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조용한 낮과 활기찬 밤이 공존하는 이곳은 아르떼뮤지엄, 피아크, 흰여울문화마을, 태종대 등 풍부한 관광 명소까지 더해져 부산 투어의 시작점으로 손색이 없다.

 

다음날 아침, 아르떼뮤지엄 부산 전시를 보러 이동했다. 마주보고 있는 피아크에도 들렀는데, 예상보다 큰 건물 규모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선선박회사의 복합문화공간답게 배의 형상을 닮은 독특한 건축물로, 영도 여행에서 꼭 들러볼 만한 명소다. 세 면이 통창으로 트여 있어 어디에 앉아도 바다와 조선소, 정박한 선박, 그리고 출항을 준비하는 크루즈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낮에는 청량한 햇빛이, 저녁에는 붉은 석양이 항구를 물들이며 각기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부산 항구 도시의 정취를 온전히 체험하는 순간이 된다.


〈CIRCLE〉(좌) 〈WATERFALL INFINITE〉(우), 부산 아르떼뮤지엄 / 

관람객이 원하는 동물 그림을 골라서 색칠한 후 스캔하면,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구현된다, 부산 아르떼뮤지엄

피아크 카페에서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길을 건너면 곧바로 아르떼뮤지엄 부산에 닿는다. 아르떼뮤지엄 부산 입장권은 타임티켓에서 전시 관람 할인 쿠폰을 사용해 평일 성인 기준 1만 9천 원에서 3천 원을 할인받아 1만 6천 원에 예매했다. 2024년 국내 다섯 번째 지점으로 문을 연 이곳은,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영도의 정체성을 현대적인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몰입형 전시관이다. 《영원한 자연》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전시에는 총 14개 공간에 19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압도적인 규모의 영상과 음향은 물론 향까지 더해져 관람객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특히 프랑스 조향학교 GIP의 수석 조향사와 협업해 각 공간마다 다른 향기를 입혔는데, 눈앞의 거대한 풍광과 함께 어우러지는 향은 단순한 감각적 자극을 넘어 관람객에게 평온, 경이, 그리고 아련한 기억까지 불러일으킨다. 마치 전시 공간 자체가 '보는 것'을 넘어 '머무는 경험'으로 확장되는 듯하다.

〈JUNGLE〉 섹션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식물과 동물들이 펼쳐지며 영화 '아바타'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관람객이 직접 종이에 동물을 그려 스크린에 띄우면, 작품 속에서 움직이며 생명력을 얻는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 아이들은 환호하고 어른들조차 동심으로 돌아가 미소 짓는다.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작품과 호흡하며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영도에서 전시를 마치고 자갈치역에 내려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하면 자연스레 국제시장을 지나게 된다. 한때 ‘작은 일본’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예전의 번화함은 덜하다. 그럼에도 오래된 점포와 상인들의 활기 속에서 과거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 관광객에겐 흥미로운 볼거리, 지역민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대 전쟁 통에 피난 온 사람들이 헌책을 사고팔던 곳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책방을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에 이곳을 거닐다 보면 단순히 책의 소중함을 넘어 다른 감각들이 살아난다. 빼곡히 쌓인 책들 사이에서 풍기는 묵은 종이 냄새와 빛바랜 표지의 질감은 세월의 무게를 전하고, 오래된 간판과 좁은 골목길은 사라져가는 도시의 기억을 붙잡아두는 듯하다. 특히, 알파서점에서는 오래된 희귀 미술도록들도 많이 취급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의 본격적인 입주로 교통망이 개선되면서, 부산 시내에서 부산현대미술관으로 향하는 버스노선도 과거에 비해 한결 편리해졌다. 이번 일정 역시 버스를 이용해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스웨덴 출신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여 140점의 작품이 도쿄 전시에 이어 부산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티켓링크에서 전시 관람 할인 쿠폰을 사용해 성인 기준 1만 원 티켓을 7천 원으로 예매할 수 있었다. 전시는 총 7개로 구성되어, 작가의 초기 자연 관찰 작업부터 대담한 형식 실험이 돋보이는 추상 연작을 지나, 후기 수채화까지 작가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마주 할 수 있었다. 특히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칸딘스키와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적 형식을 실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작업은 미술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그녀의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우주, 영혼,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세계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07년에 제작된 10점의 대형 회화 연작이다.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전례 없는 규모와 직관적인 형식 속에서, 인간의 삶은 탄생과 유년기, 성숙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네 단계의 흐름으로 그려진다. 전시 공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이 연작을 차례로 바라보고 있으면, 관람자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 압도당하게 된다.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10점의 대형 작품 전시 전경, 부산현대미술관


부산에서의 마지막 전시를 마친 뒤 김해공항으로 향하기 전, 공항 인근 맛집 '김가네 가야밀면'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쫄깃한 면발과 고소한 풍미의 한 그릇은 짧은 휴식처럼 여정을 마무리하는 데 적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김해공항 국내선 2층에서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공항공사가 협업한 공공미술 기획전 《가까이 더 가까이》가 열리고 있었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공항이라는 일상적 장소를 낯설고 특별하게 바꾸어 주었고, 여행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로 채워지며 이번 미술여행을 더욱 의미 있게 완성시켰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 전국 곳곳의 전시 소식은 여전히 풍성하다. 이번 여정을 통해 다시금 느낀 것은 예술이 삶에 스며드는 방식, 그리고 그로부터 얻는 작은 울림이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하반기 전시들을 차근차근 찾아가며, 남은 전시 할인 쿠폰도 알뜰하게 활용해 볼 생각이다. 혹시 1차 공연·전시 할인권을 놓친 분들이 있다면, 9월 25일 배포되는 2차 할인쿠폰을 꼭 챙겨 가까운 전시부터 즐겨보길 권한다.



 √ 전시 할인 쿠폰 이용 가이드





하선영

소속 | 무하 대표

국내 미술시장 통계와 한국 미술 해외 진출 사업을 담당한 이력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는 국내외 미술계 동향 리포트를 작성하고 문화예술 분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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