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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노트
연구팀: 서용선 연구팀
인간에게 어둠과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강제로 갇혀진 포로들에게 차가운 밤의 기온은 견디기 어려운 고문과도 같은 것이다.그 공포는 당장 눈앞에 겨누고 있는 무기에 의하여 무시되어진다.수용소의 보초서는 군인들조차 참기 힘든 이 추위와 싸우는 무기력한 감금된 패잔병들,즉 그 움직일 수 없는 갇혀진 그들은 단지 내부로, 내부로 자신을 웅크릴 수 밖에 없다. / 작가 노트※ 출처: 『미래의 기억: 서용선 개인전』, 일민미술관, 2004, p. 31전쟁 속에 사라진 신화들화가 서용선(53·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씨는 역사를 지금, 여기서 느낄 수 있게 그린다. 비명에 간 단종의 죽음은 도회지에서 매일 죽는 현대인의 그림자요, 동학농민군은 정치 개혁을 외치는 혁명가의 외투가 된다. 11일부터 7월 18일까지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용선 개인전-미래의 기억'은 신화와 전쟁을 그린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서사의 무대다. 빨강·파랑·초록·노랑 등 진한 색채로 거칠게 세상사를 기록한 '지리산에서'(사진) '노근리 사건' '사막의 밤-포로들' 등은 현장 관찰을 중시하는 작가의 진지한 눈을 느끼게 한다. 15~26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02-732-3558)에서도 서 씨의 역사화를 볼 수 있다. 02-2020-2055.※ 출처: 「전시회 산책: 전쟁 속에 사라진 신화들」, 『중앙일보』, 제12263호, 중앙일보사, 2004.06.09, 6면전쟁과 신화 이야기 그림으로 들려준다이라크戰·본보 연재 '동양의 신화' 삽화 등'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은 사실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밖을 돌아볼 것도 없이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나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면, 그림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형태를 만들어 그려놓은 가장 단순한 것이다. 모더니즘과 추상의 물결에 밀려 우리 그림에서 쉽게 알 수 있는 그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서용선(53·서울대 교수) 씨는 고집스럽게 그림으로 이야기하려는 화가의 한 사람이다.● 서용선 '미래의 기억'展 내일부터그가 이야기가 있는 그림들로 11일부터 일민미술관에서 '미래의 기억' 전을 연다. 2m에서 5m가 넘는 대형 화폭에 거칠고 천진난만한 듯한 붓질, 더없이 과감한 원색의 터치로 '전쟁'과 '신화'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그려냈다. 정영목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서용선만큼 집요하고 무게 있게 역사화에 몰두한 화가는 없다."서 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단종애사와 동학혁명 이야기를 그려왔다. 80년대 후반부터는 풍요로움 속의 외로움, 군중 속의 고독에 침몰하는 도시인의 모습을 꾸준히 그려오고 있다. 폐광촌 그림인 '철암 프로젝트'도 그의 주요 작업이다. 과거의 사실이나 오늘의 현상 모두가 그의 '역사화'의 대상이 된다. 이번 전시의 두 가지 큰 주제 중 하나인 '전쟁'에서 그는 동학혁명과 한국전쟁의 노근리 사건, 부역자의 모습, 피난민 행렬과 휴전선에서 대치 중인 남북한 병사의 모습을 그렸다. 그의 역사화가 현실을 비켜갈 리 없다. 바그다드와 미군 스텔스기가 등장하는 '폭격', 전쟁 포로들의 모습을 그린 '사막의 밤' 등은 현재 진행 중인 이라크 전쟁을 그린 그림이다.세부 묘사보다는 거친 듯 형태만을 그린 대형 화면에 숨을 멎게 만드는 듯한 강력한 붉은 색 등의 원색, 작품 속 주인공의 섬뜩하게 휑한 눈동자는 그의 그림이 뿜어내는 강렬한 주술적 힘 그 자체다. 역사 의식과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담는다는 점에서 리얼리즘 계열과 같이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의 그림은 이처럼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에서 차별성을 갖는다.또 다른 주제인 '신화'로 분류되는 그림들은 서 씨가 2002년 5월부터 2003년 1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동양의 신화' 시리즈 삽화로 그린 작품들이다. 태양을 활로 쏘아 떨어뜨린 영웅 '예'와 곤륜산(昆侖山), 삼족오(三足烏), 하백(河伯), 항아(姮娥) 등 신화의 배경과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살아있는 듯 생생한 필치로 재생시켰다.전쟁과 신화라는 주제는 언뜻 상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서 씨의 그림에서 이들은 이야기가 있는 그림 즉 서술적 회화라는 점, 과거 이미지의 새로운 창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는 잊혀진 이야기들을 복원하고, 그것을 통해 잊혀진 자를 치유하려 한다. 큐레이터 김희령 씨는 "잊혀진 자를 위한 새로운 신화"라고 서 씨의 그림을 말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전시 제목처럼 다시 '미래의 기억'이 된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02)2020-2062한편 서 씨는 15~26일 노화랑(02-732-3558)에서도 개인전을 열어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바로 우리의 불안과 자의식을 드러낸 작품들을 모아 보여준다./하종오기자 joha@hk.co.kr※ 출처: 하종오, 「전쟁과 신화 이야기 그림으로 들려준다: 서용선 '미래의 기억'展 내일부터」, 『한국일보』, 한국일보사, 2004.06.10, 3면미술비평_서용선 展(일민미술관, 2004.6.11~7.18)강력한 색채의 거친 붓질 살아나는 神話와 歷史사람이 사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이야기가 나타나는 근저에는 사람의 감성적·지성적 '흔들림' 혹은 '움직임'이 있다.말하자면 감동, 충격, 놀라움 등과 함께 이야기는 형성된다. '이야기'의 차원에서 신화와 역사는 한 몸이다.각 문명에는 신화가 있다. 단군, 그리스신화가 있는가 하면 중국, 아랍, 이집트 지역의 신화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엔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단군신화는 한민족 역사의 출발점이다.이야기가 신화와 역사로 뚜렷이 구분되기 시작한 때는 근대 합리주의, 즉 모더니즘의 발생과 같이 한다.1백년 모더니즘이 벗어나려했던 '이야기'미술사의 관점에서 볼 때, 모더니즘 1백년은 극단적으로 '이야기'와 결별하려 했던 시기다. 꾸르베와 마네, 그리고 모네가 벗어나려 그토록 애썼던 건 신고전주의의 비현실적 '이야기들'과 그 상투적 '교양'이었다. 그들 이후 모든 모더니스트들은 이야기에서 벗어나 마침내는 회화를 평면에 구속시켰다. 미술의 본질에의 집중은 미니멀리즘에 이르렀고, 작품은 아무 것도 없는 흰색 평면과 단순한 큐빅에 다다랐다. 이러한 형식주의는 미술을 위한 미술에 매진케 했으며, 미술 외의 것은 불순한 것으로 기피했다. 그리고 기피대상 1호는 '이야기'이자 '신화'였다. 하지만 우리는 모더니즘 시대 1백년을 제외한 수만 년의 인류역사에서 이야기는 미술의 한 부분이자 요소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서양미술사에서 이야기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신표현주의'였다. 서구에서 1970년대에 나타났고,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신화와 결합하며 "회화에 산소와 피를 공급한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회화가 부활하고 그 오랜 맛도 되살아났다. 서용선의 회화가 '신표현주의'라 평가 받는 것은 그의 주제와 기법이 서구의 것과 가깝다는 것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이러한 단순한 미술사적 맥락을 넘어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주제는 '신화'와 '역사'다.이번에 전시된 작품에 한정해 말한다면, 중국 고대 신화와 한국의 근대 역사다. 작가는 중국의 신화를 통해 이 세계를 이해하고 있거나 이해하려 하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내가 흥미를 가진 것은 그의 상상력이고 그 표현이다.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는 일은 다른 지면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그의 한국 역사 시리즈는 왕조와 권력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닌, 민중사 쪽의 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 멀리는 '임진왜란'에서부터 가깝게는 '사막의 밤(포로들)'에 이르는 작품에는 권력의 상징과 보통사람이 함께, 혹은 대비적으로 등장한다. 이를테면 오가는 군인과 엎드린 사람('동학농민운동'), 철책선과 별 의식없이 각각 좌와 우를 겨누는 군인('DMZ'), 거대한 폭격기와 탄환과 사람들('기총소사', '노근리사건', '폭격'), 민간인과 군인('지리산에서', '피난'), 철조망과 그 안에 갇힌 군인들('사막의 밤')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들을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분위기로 그린다. 그의 색채는 도발적이지만, 장면의 연출 자체에 과장은 없다. 이 점이 민중미술이라 불리던 지난 1980년대 미술의 한 유형과 분명히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도발적인 색채로 본능의 기억 끄집어 내마지막으로 그의 색채와 붓의 사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색채는 표현주의자답게 그야말로 자유롭고 활달하고 과감하다. 그의 그림 앞에서 내 몸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흥분은 그 색채와 붓질에서 자극받은 게 틀림없다. 물론 내 몸은 수많은 산사의 단청과 또 박생광이 불러일어키던 흥을 기억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나의 역사적·신화적 기억뿐만 아니라, 내 몸에 숨어있던 본능에 인접해 있던 기억도 끄집어 밖으로 드러낸다.※출처: 이태호, 「미술비평_서용선 展(일민미술관, 2004.6.11~7.18): 강력한 색채의 거친 붓질 살아나는 神話와 歷史」, 『교수신문』, 321호, 교수신문사, 2004.07.12, 8면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응으로 작가는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작가는 전쟁과 관련해 권력과 정치인, 참전 군인들, 그리고 시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 그에게 전쟁은 권력의 욕망에 의해서 공동체 모두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학살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게 되는 시민들과 전쟁의 최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한 (젊은) 군인들에 대해 주목한다. 포로는 작가에게 중요한 모티브이다. 포로는 교전국에 억류된 적대국의 군대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포로는 전쟁에서 탈각되어 수용소라는 예외적 공간에 수용된다. 작가는 한국전쟁과 관련되어 더 이상 군인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다양한 형식으로 그렸으며, 무기력하게 나열된 붉은 얼굴의 포로들이 그려진 <포로5>(2018, 2019)를 제작한 바 있다. 포로는 내던져지고 버려진 역사의 잉여물일지 모르지만, 작가는 그들을 그린다.※ 출처: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2부 리플릿, 아트선재센터,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