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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노트
연구팀: 서용선 연구팀
초록색 숲속 바위에 붉은색으로 ‘공경할 경(敬)’이 한문으로 쓰여진 그림이다. 작가는 «노산군 일지» 전을 준비하며, 영주시의 순흥 지역으로 답사를 떠난다.순흥은 한국 성리학의 발상지이기도 하지만, 단종 복위와 관련하여 금성대군의 역모 및 그와 연관된 민간인들의 학살이 자행된 장소이기도 하다. 수양대군(세조)은 단종을 영월 청룡포에 유배 보내고, 단종을 지지했던 자신의 동생 금성대군을 순흥으로 유배 보냈으나, 금성대군이 다시 단종 복위를 모의하자, 그 둘에게 사약을 내리고 순흥 지역의 관련된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 지역을 역모의 고을로 낙인찍고 폐쇄했다. 당시 한국 유교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수서원 옆의 죽계천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피가 10리나 떨어진 마을에 멈춰, 그 마을에 ‘피끝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정축지변’이라고 한다. ‘경’자 바위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하나는 유학의 중요한 개념인 ‘경’자를 새겨 서원의 유생들이 수양을 정진하게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축지변에 죽어간 사람들의 억울한 원혼들이 밤마다 울어, 당시 풍기 군수 주세붕이 그 원혼을 달래기 위해 ‘경’자를 새기고, 그 위에 붉은색을 칠하여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학문과 삶에 대한 태도로서 ‘경’자와 정치로 죽어간 사람들의 원한을 위로하기 위한 ‘붉은색 경’자는 삶과 정치,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공경의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붉은 글자, ‘경’을 다시 그린다. 그것은 치유와 화해 그리고 공존을 위한 자각이자 실천이다.※ 출처: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2부 리플릿, 아트선재센터,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