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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노트
연구팀: 서용선 연구팀
작가가 90년대에 그려낸 청계천과 숙대입구 지하철 역의 풍경에는 적막하고 불안한 공기가 스며들어 있다. 무표정한 사람들, 정돈되지 않은 배경과 폭발할듯한 색들은 그 혼돈감을 잘 나타내 준다. 바로 이 불안정하고 혼돈스러운 공기는 우리의 내면에 스며들어 우리의 표정을 만들고 우리의 의식을 구성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풍경들조차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한편 보는 사람으로서는 90년대가 그토록 우울 했었나 혹은 그렇게 우울하기만 했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밖에도 다수의 현대사 속 인물들을 병치시킨 작품들과 DMZ 지역을 다룬 작품 등 작가는 이 시대 곳곳에 그의 시선을 맞춘다.※ 출처: 주혜진, 「review: 과거는 당신을 잊지 않는다. 올해의 작가_서용선 전」, 『미술세계』, 통권 298호, (주)미술세계, 2009.09, p. 158서용선 <숙대입구 07:00~09:00> p.55돈암동을 떠난 버스는 종로2가에서 동대문이 있는 5가쪽을 보게하고는 서울역으로 향한다.25번이나 95번 버스는 그렇게 신림동을 종점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은 강남 강북으로 나뉘어지는 서울 강북의 우이동 화계사나 삼양동을 종점으로 출발한다.1970년대의 일이다. 나는 그 버스를 타고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학교를 들락거렸다. 버스속에서 어두운 서울이 네온사인으로 밝아지고 유리와 강철, 시멘트로 정리되고 강남이 불어나는 것을 보았다. 봉천동은 번잡해지고, 신림동 개울가의 빨래하는 모습이 없어졌다.용산 역과 서울역 사이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곳이다.왼쪽의 침묵하는 미군부대의 담너머는 전혀 상상이 안가는 군부대의 무표정한 블록담과 철조망이 있다. 또한, 지방과 서울을 잇는 역 주변은 늘 길거리의 음식점과 거리의 장사꾼들이 흔하게 눈에 뜨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서쪽으로 숙명여자대학교가 있다.80년대 중반부터는 미군 부대옆 숙대 입구역에 자주 그리고 잠깐씩 머무르게 되었다.서울역에서 오는 차량들과 퇴계로를 통해 뒷길로 빠져 나온 나는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용산으로 향하는 큰길로 달리는 차량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한다.어느 날 차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중 옆쪽의 지하철입구 땅속에서 불쑥 올라오는 행인을 보았다.바짝 달라 붙은 도로변의 지하철 입구는 차량의 도로와 전혀 거리가 없기에, 지하철입구의 지하공간이 바로 나의 시선과 닿아있다.그것은 우습기도 하고 지하의 움직이는 어두운 공간에서 살아 나오는 인물같기도 하였다.밝은 빛 아래로 올라오는 인간은 어두운 지하의 공간과 대비 되면서, 대개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솟아오른다. 그러나 수직으로 불쑥 올라오는 것을 보는 느낌은 왠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일상의 마주보는 시선을 당황하게 하는 요소가 있다.그림에서 녹색과 적색의 대비에서 오는 낯설음은 이러한 섬뜻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불안한 그림자가 느껴진다. 그것을 70년대의 도시의 어두움보다는 80년대 화려한 도시표정으로 옮겨가는 불안한 어두움이다.평면적인 그림의 속성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도시민을 그려나가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그림이다.빽빽한 색면들과 무겁게 처지는 인물의 색채들이 이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화려한 듯하나 어두운 불암감이 있다.※ 출처: 서용선, 「작가노트: 서용선 <숙대입구 07:00~09:00> p.55」, 『서울, 도시탐색展』, 서울시립미술관, 2011, p. 126서용선의 도시에 대한 탐구는 자신의 동선과 유사하게 연결된다. 작가로서의 생활과 대학 강사로서의 생활을 병행하면서 집, 작업실, 대학 사이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려나간다. 그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연결되는 도시를 자신이 이용하는 버스와 지하철을 통해서 관찰한다. 교통수단의 창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과, 거리에서 이동을 위해서 거리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90년대 서울의 확장과 더불어 도시인의 삶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각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청계천에서>(1989), <낙성대 입구, 좌회전>(1992), <총신대 입구>(1997) 등과 더불어 90년대 서울의 경관과 사람들을 표상하는 중요한 증거물이다.※ 출처: 《내 이름은 빨강》 1부 리플릿, 아트선재센터,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