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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노트
연구팀: 서용선 연구팀
1980년대 중반,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문득 강원도 영월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던 중에 접했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그는 말한다."선돌 근처에서 술을 먹고 있는데 문득 친구가 앞에 펼쳐진 강을 가리키며 '여기가 단종이 죽은 데야'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번쩍 정신이 들 만큼 뭔가 둔중한 충격과 울림이 전해졌어요. 내가 찾고 싶었던 것… 개인과 집단의 문제․시간․사회․정치․비극적 전통의 문제 등등 그런 것들을 모색하고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막연히 들었습니다. 단종이 죽었다는 강을 바라보며 그 강물 위에 사람이 떠 있는 환영을 느끼면서 말이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20년 동안 영월을 드나들었어요."단종을 소재로 한 그림 이후 일련의 작업들을 두고 '역사화가'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에 대해, 정작 작가 본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내 그림은 역사화라는 장르에 충실한 것이기보다는, 역사적인 사건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처한 사회현실이나 인간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은 과거나 현재나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역사와 사회의 문제는 어느 시대나 늘 진행 중인 것이죠. 오히려 현실에 대한 관심 때문에 저는 더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현대미술에서 '역사화'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현대미술에서 기록성이나 역사성의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적인 재현의 문제도 복잡해졌고요. 우리의 삶은 정지된 적은 한 번도 없고 언제나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기에 단순히 재현의 문제로 성취될 수 없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때문에 저는 역사의 객관적인 사실을 내 나름의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즉흥적이고 표현적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출처: 「현실의 뿌리를 훑어내는 사로잡히지 않는 붓」, 『하나은행』, vol. 89, 하나은행, 2008년 봄호, 2008.03.26, pp. 21-221986년부터 1990년까지 그린 작품 <엄흥도·청령포·노산군>과 1990년 작 <청령포·엄흥도·노산군>에서는 청령포 강물 위에서 살아있는 엄흥도와 죽은 단종이 해후하는데(<꿈-아버지>의 화가, 강물, 아버지는 <청령포·엄흥도·노산군>의 엄흥도, 강물, 단종과 일대일로 대응된다), 이 장면은 산 자(엄흥도=화가)와 죽은 자(단종=아버지)의 화해, 즉 화가의 경우에서 역동적으로는(psychodynamically)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화해 또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바라보며 ‘안심’이 되었다는 화가의 진술은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도판1, 11) 이상 몇몇의 작품들을 꼼꼼히 검토해보면, 1986년부터 시작된 <노산군 일기> 연작의 주요한 소재, 모티브 및 반복되는 역동적 양상(psychodynamical pattern)이 1985년 작품인 <꿈-아버지>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출처: 김동화, 「서용선의 회화세계와 그 세계의 무의식적 근저에 대한 일고(一考): 시대에서 소외된 아버지라는 섬의 회상」, 『올해의 작가 2009: 서용선』, 국립현대미술관, 2009, p.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