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현대사진연구회' 활동을 시작한다.
1975년 UN ‘세계여성의 해’ 기념 초대 개인전으로 여성 가발공장 노동자, 성노동여성, 여성 컴퓨터 프로그래머, 아파트에 사는 행복한 가정 주부 등 당대 여성의 현실을 담았다.
박영숙은 한국 페미니즘 미술사의 첫 페이지를 차지하는 사진 작가로, 1980년대 말 민중계 페미니스트로 등단한 이래 오늘날까지 실천적 액티비스트, 의식적 페미니스트로서 자신 고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과 여성. 2개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박영숙 작품세계는 사진을 주매체로 사용하면서 여성, 타자, 주변부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젠더와 재현에 대한 투철한 의식으로 일관된 페미니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를 통해 페미니즘의 과제와 당위를 대변했고,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사진전문 갤러리 ‘트렁크’를 열어 신진작가 발굴에 힘쓴 기획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사진작가, 기획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강연자, 기고가 등 박영숙이 다양한 이력은 페미니스트 1세대 작가이기에 부여받는 사회적 책무였다.
2016년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로서의 개인전은 다시 박영숙의 변곡점이 되었다. 이후 전업 사진작가 박영숙으로 2017년 한미사진미술관의 개인전 <두고왔을 리가 없다>에 이어, 현재 2020년 초로 예정된 아라리오 갤러리 개인전 <그림자의 눈물>을 준비 중이다.
1966 박영숙 사진 개인전, 중앙공보관, 서울
1975 UN제정 `75 세계여성의 해 기념사진전’ “평등, 발전, 평화” 중앙공보관, 서울
1981 “36인의 포트레이트”, 공간사랑 갤러리, 서울
1982 “노스탈쟈”, 파인힐 사진전문갤러리, 서울
1988 여성해방 시와 그림의 만남 “우리 봇물을 트자”, 그림마당.민, (1)“장미”, (2) 마녀“,서울
1992 여성과 현실 그림마당.민, “자화상”, 서울
1993 여성과 현실 그림마당.민, “일상”, 서울
1994 여성적인 미술과 여성주의 미술 “여성 그 다름과 힘” 갤러리 한국, 서울
여성과 현실 갤러리 21세기, “여성화가들”, 서울
1995 서울선재미술관 개관기념-싹, “뒷방 할머니”, 서울선재미술관, 서울
1998 사진영상의 해 기념사진전, ”육제 그리고 성”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표현할 수 없는 것의 표현, “육체 그리고 성”, 포스코갤러리, 서울
2002 “육체풍경(Bodyscape)" 로댕 갤러리, 서울
제2회 여성미술제,-동아시아 여성과 역사-여성플라자, 서울
2003 “눈 밖에 나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사진전, 덕원 갤러리, 서울
“여섯 사진작가의 여섯 개의 코드 읽기” -Work, Power, The City, Sex, New Technology, Money- 성곡미술관, 서울
2004 "미친년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Dawn Center, Osaka, Japan
"미친년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The Third Gallery Aya, Osaka, Japan.
2005 “미친년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소나무갤러리, 춘천, 강원도
“미친년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한국미술관, 용인, 경기도
“미친년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성곡미술관, 서울
2006 “미친년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빛 갤러리, 서울
“미친년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김재선 갤러리, 부산
2007 트렁크 갤러리 운영
2008 한.태 수교 50주년 기념전,”Daily Life in Korea”, 퀸즈 갤러리, 태국
“언니가 돌아왔다”, 경기도 미술관
2009 “Cry Crack Crazy ”,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New Digital Age Project”, Novosibirsk State Art Museum, Russia
박영숙의 작품세계: <미친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김홍희 (미술평론가.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1.
박영숙은 한국 페미니즘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사진 작가로, 1980년대 말 민중계 페미니스트로 등단한 이래 오늘날까지 실천적 액티비스트, 의식적 페미니스트로서 자신 고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박영숙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2개의 키워드는 사진과 여성이다. 현대미술에서 사진의 역할이나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고 다수의 여성작가들이 사진을 주매체로 사용하고 있지만 박영숙과 같이 여성, 타자, 주변부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젠더와 재현에 대한 투철한 의식으로 일관된 페미니즘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사진 작가는 흔치 않다.
작가는 1966년 개인전으로 사진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1980년대 후반부터 강력한 페미니즘 작업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특히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를 통해 전격적인 페미니스트 사진작가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러던 그가 2007년 돌연 사진전문 갤러리 ‘트렁크’를 열고 후배작가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마련해 주거나 신진작가 발굴에 매진하면서 작가 활동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2016년 오랜 기간의 침묵을 깨고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로 초대되어 개인전을 열게 되는데, 이것이 박영숙을 작가로 다시 되돌려 놓은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10년간의 멈춤이 재충전의 시간이었듯, 그는 이제 갤러리를 폐관하고 화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2017년 한미사진미술관의 개인전 <두고왔을 리가 없다>에 이어, 현재 2020년초로 예정된 아라리오 갤러리 개인전 <그림자의 눈물>을 준비 중이다.
2.
박영숙의 작가 경력은 1975년, 이미 남다른 여성의식이 가시화되었던 어느 전시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시회는 UN이 제정한 ‘세계여성의 해’ 기념으로 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사진 전시회>였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애초에 그룹전을 생각했으나 사진매체나 여성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참여 희망자를 찾지 못하게 되자 박영숙에게 개인전을 의뢰하였다. 박영숙은 평등, 평화, 사랑이라는 주제하에 여성의 현실 등 사회적 이슈를 내용 삼아 한강변에서 돌을 나르는 여성 노동자들, 노점상과 박스 속에 잠들어 있는 아기, 영등포 뒷골목의 성노동자들, 닭장같은 가발공장 숙소뿐 아니라 홍릉 카이스트의 여성 컴퓨터 프로그래머, 아파트에 사는 행복한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여성 현실의 현장을 다층적 명암으로 기록한 사진 작품을 전시하였다.
1981년에는 공간 사랑에서 <36명의 포트레이트>라는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작가 나이 39세에 유방암 수술을 받고 몸앓이, 마음앓이의 후유증을 겪은 후 심기일전하여 성공한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헌정 초상사진을 제작한 것이다. 화가 석난희, 농구 선수 박신자, 연극인 박정자, 방송드라마 작가 홍승연, 시인 김영태, 건축가 김원 등 40세 전후의 같은 연배이면서 이미 각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낸 문화계 명사들에게 보내는 부러움과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라도 한 듯, 이듬해 사진 전문 갤러리 파인힐에서의 개인전 <노스탈자>를 비롯해 1980년대 중후반 태동하기 시작한 다수의 페미니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쉼없는 활동을 지속하며 페미니즘 작업을 개척해 나갔다.
3.
1988년 ‘여성해방 시와 그림의 만남’이라는 개념으로 기획된 <우리 봇물을 트자>라는 전시회는 한국 페미니즘뿐 아니라 박영숙 개인에게도 페미니즘 작가로서의 봇물을 터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고정희, 김혜순, 천양희 등 시인 그룹과 윤석남, 김진숙, 정정엽, 박영숙 4인의 화가들이 참여한 이 그룹전에 박영숙은 다수의 연쇄 장면으로 구성되는 실험적 시퀀스 형식에 내용적으로는 여성성 또는 여성상의 은유를 담은 <장미>와 <마녀>를 출품하였다. 전자가 여성 몸의 신비로움을 형상화하였다면, 후자는 마녀의 초혼을 부르는 작업이었다.
이 전시회가 인연이 되어 박영숙은 1992년 민중미술 계열의 페미니스트 단체인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하여 연례 <여성과 현실>전에 동참하면서 전격적인 페미니즘 미술 활동을 하게 되었다. 윤석남, 김인순, 김진숙, 정정엽, 서숙진, 곽은숙 등이 주축이 된 ‘여성미술연구회’는 1985년 ‘민족미술협의회’의 여성분과로 출발한 이래 한국 미술계에 사회주의 경향의 페미니즘 미술을 정초하는 선구적 역할을 주도해 왔다.
이 당시 박영숙은 협업과 익명성에 대한 관심으로 윤석남과 일련의 공동작업을 발표하였다. 1992년의 <여성과 현실>전에 출품한 공동작업 <셀프 이미지>는 유방암 수술로 한쪽 유방이 제거된 박영숙 자신의 누드 상체 사진, 나무 조각 상체에 전구를 단 윤석남의 조각 작품, 그리고 “잘려나간 그 자리에 전구를 단다”라는 공동의 시로 구성되었다. 1993년의 <여성과 현실>전에 출품한 <윤영숙과 박석남의 하루>는 생각 없고 자의식 없는 여성들의 일상을 꾸짖는 내용의 윤석남과 박영숙의 공동 설치작업으로, 여기서 두 작가는 작업의 익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서로의 이름을 바꾸어 사용했다. 1994년 <여성, 그 다름과 힘>전에서도 두 작가는 슬라이드 쇼와 천작업으로 구성되는 공동 설치작업 <자궁 이야기>를 발표하였다. 천으로 만든 자궁속에서 구음과 슬라이드 쇼로 하늘의 어머니와 땅의 어머니를 서술한 이 작업은 모성과 여성의 본질을 찬양한 본격 본질주의 페미니즘 작업으로 각인되었다.
박영숙이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계에 이름을 알리고 특히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게 된 것은 1999년 <팥쥐들의 행진>이라는 한국 초유의 대규모 페미니즘 전시에 출품한 <미친년들>을 통해서였다. “미친년”의 사회병리학적, 정신분석학적 함의가 전문가들에게 어필하고, 강렬한 전복적 뉘앙스가 일반 (여성)관객들의 숨겨진 본능을 자극하면서 작품 제목 이상의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실로 <팥쥐들의 행진>전 자체가 동화 뒤집기를 통해 기존의 젠더 이데올로기와 재현의 패러다임을 전복시킨다는 자명한 취지로 기획되었다. 팥쥐들의 궐기를 암시하는 전시와 여성적 광기를 표면화한 작품 모두가 하위주체로서의 여성을 문제시하고 문화적 기표로서의 여성을 진단하는 점에서 페미니즘 효력을 발생시키며 반전의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이후 작가는 2001년의 <상실된 성>, 2002년의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2003년<게이(무슈 버터플라이) 그리고 레즈비언>과 <화폐개혁 프로젝트>, 2004년<오사카와 도쿄의 페미니스트들>과 <헤이리 여신: 우마드>, 2005년 <꽃이 그녀를 흔든다>와 <내안의 마녀> 를 발표하면서 총 9개 연작으로 구성되는 <미친년 프로제트>를 완성하게 된다.
4.
1999년-2005년 사이 진행된 <미친년 프로젝트>는 작가의 여성의식을 체계화시켜준 페미니즘 학습과 활동의 창조적 결실이었다. 1986년경부터 ‘또 하나의 문화’ 아카데미 강좌와 글쓰기 연습에 참가하고, 1990년부터 여성문화예술기획의 회원이자 아카데미 원장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잠재되어 있던 페미니즘 의식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덧붙여 ‘여성과 현실’ 동인들과의 토론과 연구, ‘현실문화연구’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연구 웍샵, 후배 페미니스트 그룹인 ‘입김’과의 연대 활동이 작가의 페미니즘 의식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강화시켜주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푸코의 저서 <성의 정치학>과 <광기의 역사>를 비롯한 후기구조주의 영향이 작가로 하여금 여성적 자아와 욕망을 억압해온 부계 사회에서 정체성 상실과 굴욕감으로 “미치지 않고는 살수 없었던” 여성의 현실을 광기 또는 ‘미친년’이라는 화두로 통찰하게 만들었다.
요컨대 <미친년 프로젝트>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와 여성적 광기를 등가물로 인식하면서 미쳐야만 자유로울 수 있는 여성의 억압적 현실을 심리경으로 드려다 본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의 선구적인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가가 피력하듯이, <미친년 프로젝트>는 “미쳐가면서까지 몸으로 말하려 했던 것을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바로 그 ‘몸짓 대신 해보기’와 '대신 미쳐보기'를 통해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억압만 해 왔던, 아니 못 본채 덮어버렸었던 이야기들을 재현해 내고 싶어서이다.....그렇게 몸으로 말하기, 몸으로 소통하기, 몸으로 치유하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묻혀있던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것이 페미니즘이고 페미니스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친년 프로젝트>의 단초가 된 1999년의 <미친년들>은 우선 제목의 도발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실제로 미친 여자를 촬영할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광인을 피사체로 대상화하는 다큐 사진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모델을 사용하는 연출 사진을 찍기로 했다. 모델은 ‘입김’ 작가들이나 윤석남, 이혜경과 같은 가까운 페미니스트 친지들이었다. 시키는 대로 포즈를 잡는 직업모델과 다르게 이 아마츄어 작가 모델들은 서로 토론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는 열광적 옹호자들이었다. 박영숙 발상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결국 동료 페미니스트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으며 점차 자매애에 기반한 자가발전적 페미니즘 프로젝트로 확장되어 나갔다.
<상실된 성>에서는 섹슈얼리티, 에로티즘이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창조된 남성 언어임을 직시하고 여성적 욕망의 비가시성, 표현 불가능을 젠더 억압의 요인으로 파악하면서 젠더와 마찬가지로 섹스도 사회적, 역사적으로 구축된 부계적 산물이라는 인식을 고취시켰다. <갇힌 몸, 정처없는 마음>에는 일상과 일상적 공간의 공포와 폭력으로부터 따듯하고 아늑한 여성만의 환상적 시공간으로의 탈출을 염원하는 해방적 내러티브를 담았다. 재팬 파운데이션 지원으로 이루어진 <오사카와 도교의 페미니스트들>에서 작가는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 그곳 페미니스트들을 대상화한 공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일본 여성운동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를 회상하며 카메라 앞에서 미친년이 되어보는 감정이입적 경험을 통해 이들은 현재 일본 여성의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동시대 트라우마를 증언하였다.
<꽃이 그녀를 흔든다>는 아름다움과 연약함으로 동질화되고 남성적 시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꽃과 여인의 전통적 유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꽃과 여인에 관한 슬픈 전설이나 꽃으로 피어나는 한많은 여자의 이야기가 그러한 유추를 예증한다. 광기로 동일화된 꽃과 여인, “꽃 피우는 땅”과 일체가 된 여인을 카메라에 담은 이 작업을 김혜순 시인은 “땅이 미치지 않고서는 꽃을 피울수 있겠는가....여자가 미치지 않고 어찌, 노래를 하고, 춤을 추겠는가”라는 시구로 언어화하였다.
위의 연작들이 남성의 시각에서 본 여성, 존 버거가 말하는 보는 성이 아니라 보여지는 성으로서의 여성에 관한 자기비판적 성찰이라면, 국가 인권위원 주관 <눈 밖에 나다>전에 출품한 <게이(무슈버터플라이 그리고 레즈비언>은 미친년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성적 결정론을 거부하는 극단적 신체담론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작가는 동성애와 같이 비정상으로 터부시되었던 성심리와 성행태에 대한 주목과 함께 부계적으로 구축된 성 정체성과 젠더의 허구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5.
미친년 프로젝트 가운데 2003년 <화폐개혁 프로젝트>는 여성 문제를 사회제도 영역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돈은 부계적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경제 지표로서 그러한 까닭에서인지 화폐속에는 세종대왕, 이승만 대통령 같은 역사적 남성 초상이 주로 등장한다. 작가는 남성 본위의 화폐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 초상 지폐의 유통을 상정하고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 화폐를 제작, 발행하였다. 초상의 주인공으로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주체적 삶을 살아온 신화적, 역사적 여성 5인을 선정하였다. 그들은 삼신할머니, 허난설헌, 소현세자빈 강씨, 명성황후, 나혜석 등 박영숙의 언어로 “미친년” 계보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당시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였던 이혜경, 시인 김혜순, 여성학자들인 김영옥과 임옥희, 화가 윤석남 등 현역 페미니스트들이 소위 ‘올드 미스트레스’ 역할을 맡고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했다. 작가는 지폐 디자인으로 꽃, 음식, 자수, 무당 소품 등 비남성적 모티프를 사용하고, 화폐 단위를 원이나 환 대신에 마르지 않는 생명의 원천인 샘으로 치환함으로써 전복적 여성 화폐를 완성하고자 했다.
2004년의 <헤이리 여신, 21세기 여신 우마드>는 여성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염원한 제의적 프로젝트이다. 몽골 전문가 김종래의 저서 (<우마드>, 삼성경제연구소 2002) 제목인 우마드는 우먼과 노마드의 신조어(Woman + Nomad = Womad)로서 “신유목 사회이자 신모계 사회인 현대 사회의 중심에서 등불처럼 살아가는 여성들”을 일컫는다. 우마드는 가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준수하면서도 직업적으로 성공을 성취하고자 하는 완전한 여성상을 추구하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시대가 배출한 전지전능의 ‘알파우먼’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알파우먼이 자기관리형, 체제순응형 실무형 엘리트로 남성을 능가하는 유능한 여성 (Dan Kindlon, Alpha Girls : Understanding the New American Girl and How She Is Changing the World, Rodale Books, 2006), 말하자면 남성화된, 권력적 여성을 지칭하는 반면, 우마드는 모계 사회의 징후이자 디지털 시대의 특성인 이동, 유동, 변화 등 유목민적 정서를 근간으로 하는 여성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구별된다.
박영숙은 앞으로 한국사회도 여성들이 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우마드형 사회'가 된다는 계시와 같은 저자의 비전에 고무되어 모계적 여성문화를 회복시킬 여신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다. 작가가 차용한 우마드는 과거의 여신이 아니라 지구 현상, 미래세계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 시각과 전복적 시선을 가진 지혜롭고 치유적인 21세기 여신이다. 작가는 이 우마드가 비무장지대에 근접한 파주 헤이리에 출현한다고 가정하고 사방으로 갈라진 4개의 돌풍 기둥으로부터 변신한 4 여신을 상정하였다. 4인의 동료 페미니스트들이 포즈를 잡은 이들은 생성과 생산을 주관하는 동쪽의 ‘풍요의 여신’(가수 안혜경), 사랑과 욕망을 재현하는 서쪽의 ‘사랑의 여신’(한예종 연극과 김수기), 정의를 위해 모든 불의를 불태우려는 남쪽의 ‘분노의 여신’(연극연출가 문성희), 타자의 아픔을 대신하고 타자의 세계를 스스로 껴안는 ‘죽음의 여신’(여성영화제 김혜승)으로서, 바로 이들이 세상을 정화시킬 21세기 여신 우마드인 것이다.
미친년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 2005년 <내안의 마녀>는 여성 내부의 마녀, “감추려해도 감추어지지 않고 발광하는” 마녀를 연극인들인 김지수, 이경미, 예지원, 신학자 정현경 등을 모델로 재현한 연출사진이다. 마녀는 박영숙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주제 가운데 하나로, 1988년 <우리 봇물을 트자> 전시에 출품한 <마녀>는 물론, 2020년 개인전에서 선보일 <그림자의 눈물> 역시 마녀에 관한 서사이다.
마녀는 인류 문명과 역사에 대한 총체적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대표적 부계 담론이자, 미술사적으로도 메두사, 창녀와 마찬가지로 추방되어야할 부정적 여성상으로 재현된다. 여성, 미친년과 마찬가지로 마녀는 그에게 가해지는 폭력적 억압이 합법적으로 정당화되고 인위적으로 범주화된 인간적 고안물이다. 작가는 이러한 편견과 오만에 경고를 보내는 한편, 뮤즈, 성녀, 숙녀 등 처방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 대신에 ‘팜므파탈’적 마녀를 내안의 알터에고로 등장시킴으로써 콩쥐형의 착한 여자나 행복한 어머니상과 같은 브루주아 여성 이데올로기를 전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6.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광기라는 시의적 담론을 미친년이라는 화두로 환원시킨 페미니즘 작업이라는 점에서 페미니즘 비평의 대상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광기가 함의하는 타자성과 환상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기라는 개념을 비정상, 타자로 분류하고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유포시킨 역사적 과정을 고고학적 방법으로 추적한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박영숙은 비정상적 타자로 치부되는 미친 여자를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중심 사회, 부계 역사의 산물로 파악하고 미친년을 연기하는 타자적 경험을 연출함으로써 전통적 여성개념에 도전한다. “미치지 않고는 살수 없는”, 바꾸어 말하자면 “ 모든 여성은 미친년”일 수 밖에 없는 현실로부터의 일탈적 해방을 위해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 정상과 광기의 경계를 허무는 감정이입적 환상의 유희를 감행한 것이다.
환상성은 광기가 함의하는 타자성과 직결된다. 스베탕 토도로프가 주장하듯이, 환상성은 현실/비현실, 정상/비정상의 경계가 애매모호할 때 발생한다.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비가시적 미지의 영역으로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공포스럽고 위협적이다.(Tzvetan Todorov, The Fantastic: A Structural Approach to a Literary Genre, 1973)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때 중심을 동요시키는 전복성이 드러난다. 그 전복성은 아버지의 이름을 벗어난 비합법적 에너지로 충만한 주변의 반란, 또는 비권력자가 언어를 획득했을 때 하위 주체로서 말할 수 있는 타자의 귀환을 의미한다. 그런만큼 환상은 위협적이고 전복적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서사적 여성미술 장르나 정치적 페미니즘 미술 장르로서 효력을 발생한다.
박영숙 작업의 타자성, 환상성은 미친년이라는 타자를 연기하는 환상적 행위로부터 도출되는데,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매체가 사진이다. 작가는 기록 매체, 기억 매체인 사진을 지금 여기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여성적 내러티브를 연출하고 무대화하는 환상적 매체로 전환시킨다. 눈앞에 펼쳐진 현장을 촬영,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가능한 허구적 내러티브를 만들고 그것과 공모하는 유사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다. 부재하고 불가능하기 때문에 욕망하는 작가의 내러티브는 주술적이고 제의적이고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미친년’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연출 사진이라는 일정한 표현 양식속에 담고 있다. 그런만큼 매 프로젝트마다 소주제를 달리하고 있지만 보여지는 이미지의 판형이나 구성방식은 유사하다. 대부분이 주제와 연관된 내부 공간이나 외부 자연을 무대로 서거나 앉거나 누워있는 여자들의 초상들이며, <헤이리 여신>과 <내 안의 마녀>에서와 같이 인체나 식물 모티프를 패턴화한 문양으로 장식한 추상적 배경속에서도 모델이 연극적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이렇듯, 같은 판형으로 양식화된 연출 사진이 박영숙 <미친년 프로젝트>의 전형적 스타일을 만든다.
박영숙의 스타일에서 모델의 역할을 수행하는 페미니즘 동료나 친지들, 즉 아마츄어 모델들이 뜻밖의 비중을 차지하는 점이 흥미롭다. 카메라 앵글에 서툰 이 프로 페미니스트들의 인위적 표정과 포즈는 평범하거나 과격하거나 코믹한데, 이 점이 오히려 도상적으로 반전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자연스러움, 기록적 리얼리즘이 결핍된 탓에 그의 미친년은 전혀 공포스럽거나 섬뜩하지 않다. 광기의 심리적 ‘언캐니’나 신체적 ‘그로테스크’ 대신 유아적 천진난만함으로 의사 광기를 유희하고 있는 듯 하다. 페미니스트들이 연기하는 박영숙의 미친년은 타자적 광인이라기 보다는 내 안에 있는 나와 함께 기거하는 친숙한 분신처럼 보인다. 결국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페미니스트 모델의 역할로 “페미니스트는 미친년”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동시에 광기의 ‘시뮬라크르’로 그러한 등식을 무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7.
2017년 한미사진미술관 개인전 <두고왔을 리가 없다>에서 작가는 노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현대 페미니즘의 한가지 화두인 연령차별주의를 이슈화한다. 작가의 노인 프로젝트 <여성서사. 여성사물>의 일탄으로 선보인만큼, 이 작품은 70대의 박영숙이 80-90대 여성들을 방문 촬영하고 인터뷰한 그야말로 실버 페미니즘의 초판본인 셈이다. 극단 단장이자 무대미술가인 이병복, 화가이자 패션디자이너 김비함, 판소리 명창 최승희,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기업인 아내 박경애, 안동할매 청국장집 사장 이상주, 종갓집 며느리/갤러리 대표 이은주 등, 초상 사진의 주인공들이 피사체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섰다. 7인의 면면이 말해주듯이, 이들은 희생적 삶을 살아온 전통적 모성상이나 가부장 체제하의 피억압적 여성상과 무관한 성공한 노년 여성들이다. 가정과 자신의 경력을 양립시키며 노년의 비애와 분노, 노화와 죽음의 공포를 긍정적 삶으로 승화시킨 이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서사를 통해 박영숙은 페미니즘 과제를 완성시키려는 것인가?
남성중심주의, 성년중심주의, 세대중심주의 사회에서 연령의 서열은 젠더의 서열, 힘의 서열, 계급의 서열, 외모의 서열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편견, 소외, 차별의 근간을 이룬다. 특히 유교문화의 잔재를 안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노년이나 유년에 대한 연령차별주의는 비단 페미니즘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령유연적이고 연령통합적인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극복해야 할 사회적 대과제 중의 하나이다. 장년층 남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부계사회에서 늙은 여자는 “미친년”과 마찬가지로 추방과 저주의 대상이자 결핍과 장애로 간주된다. 늙은 여자를 “추한 노파”로, 그들의 몸을 괴물적 그로테스크로 폄훼하는 대신, 노년의 자연스러움과 경륜을 칭송하는 성숙한 태도를 통해 세대간, 젠더간 교감하는 사방소통의 사회, 타자와 약자를 포용하는 환대의 문화를 이룩할 수 있다. 이것이 반연령분절주의, 반연령차별주의를 강조하는 (박영숙) 페미니즘의 과제와 당위를 대변한다.
8.
이상의 논의에서 드러나듯이, 박영숙의 페미니즘은 1975년 개인전 출품작에서 2017년 <두고 왔을 리가 없다>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흐름과 함께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75년 세계여성의 해 기념 <사진 전시회>의 출품작, 즉 한강변 여성노동자와 영등포 성노동자를 대상화한 작품들에서와 같이, 초기 작업은 사회주의 시각에서 포착한 여성노동과 성적 불평등의 현장을 담고 있다.
이후 작가는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본질주의 노선을 택한다. 예컨대 1994년 <여성, 그 다름과 힘> 전에서 윤석남과 공동작업으로 발표한 <자궁 스토리>는 전형적인 본질주의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서구 1세대 페미니스트들이나 이후의 많은 본질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박영숙과 윤석남은 여성 신체의 가장 효과적인 메타포로 인식된 자궁을 모티프화 하였을 뿐 아니라, 대안적 여성매체, 여성양식으로 각광받던 천과 수예를 주 재료로 사용하였다. 또한 공동작업이라는 측면에서도 자매애 감성을 표출하는데, 이를 통해 당시 민중계열의 페미니스트들은 사회주의 의식 위에서 여성적 유형, 여성 미학을 강조하는 본질주의에 경도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본질주의는 여성의 본질이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고정적인 것인가, 비고정적인가에 따라 그 궤도가 달라지는 페미니즘의 가장 문제성 있는 이슈이다. 1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을 고정된 범주로 파악하기 때문에 분리주의, 여성중심주의라는 결정론적 입장을 택하였지만, 2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을 비고정적인 범주, 즉 “과정 중의 존재”로 파악하며 정신분석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부계적으로 형성된 여성성 개념을 해체시킨다.
1998년 <미친년들>로 점화된 <미친년프로젝트>와 근작 <두고왔을 리가 없다>는 사회주의와 본질주의에 근간한 초기 단계를 거쳐 해체주의 담론에 의거하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자에서는 정신분석학적 광기를 주제로, 후자에서는 반연령차별주의로 남녀이분법, 세대이분법에 도전하는 동시에 부계적 개념의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해체한다는 맥락에서이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그의 작업은 해체주의 페미니즘의 특성인 엘리트 의식이나 현학성보다는 본질주의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사회주의 의식하에서도, 해체주의 접근에도 불구하고 본질주의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로 본질주의는 대중적 호소력과 파급력으로 페미니즘의 초심을 일깨워주며 시대를 초월해 항시성을 갖고 고개를 쳐드는 부정할 수 없는 페미니즘의 핵심 개념 또는 사조이다. 박영숙의 페미니즘 작업을 이런 시각에서 이해한다면, 박영숙은 사회주의, 본질주의, 해체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 고유의 페미니즘을 구축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숙 연구팀
1. 배아기(胚芽期) 1975년 : 중앙공보관, 개인전 <평등, 발전, 평화> 1975년
초기 작업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별다른 변형을 가하지 않은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페미니스트 사진작가 이전의 박영숙 작품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작가에게 내재된 개념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UN이 제정한 ‘세계여성의 해’ 기념으로 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사진 전시회>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애초에 그룹전을 생각했으나 사진매체나 여성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참여 희망자를 찾지 못하게 되자 박영숙에게 개인전을 의뢰한다. 박영숙은 평등, 평화,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여성의 현실 등 사회적 이슈를 내용 삼아 한강변에서 돌을 나르는 여성 노동자들, 노점상과 박스 속에 잠들어 있는 아기, 영등포 뒷골목의 성노동자들, 닭장 같은 가발공장 숙소 뿐 아니라 홍능 카이스트의 여성 컴퓨터 프로그래머, 아파트에 사는 행복한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여성 현실의 현장을 다층적 명암으로 기록한 사진 작품을 전시한다.
보도사진 기자로 일한 박영숙의 경력과 1960-70년대 대세였던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환경적인 분석 외 작품 자체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영숙이 주목한 대상을 문맥으로만 읽으면 단순한 보도용, 다큐멘터리용 사진의 대상이라는 접근도 가능하지만 시각적 결과물로서의 작품은 대상인 여성들을 담아내는데 있어 서정적인 네러티브와 회화적 구성력을 담고 있다. 여성과 여성이 속한 직업군을 짐작할 수 있는 건물, 도로 등의 환경은 기록으로서의 분석이 가능하고 여성의 포즈, 그림자, 시선과 소품은 보도용 상징성이 아닌 작품 전반을 끌어가는 중요한 인지적 매개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박영숙이 대상을 선택하는 자세와 태도가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 형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출품되었다는 사실에 그 의의가 있다.
2. 발아기(發芽期) 1981년 : 공간 사랑, 개인전 <36명의 포트레이트> 1981년
역시 스트레이트 흑백 초상 사진전시였던 <36인의 포트레이트>는 박영숙의 개인사에서 전환점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아직 페미니즘의 측면에서는 각성하기 이전 작업에 속한다. 박영숙이 여성주의적 의식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 ‘또 하나의 문화’(1984년 결성)를 만난 이후로, 《우리 봇물을 트자: 여성 해방 시와 그림의 만남》전(1988)이 본격적 투신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36인의 포트레이트> 역시 소재나 찍는 방식에 여성 사진가의 관점이 적용된 작업으로, 넓은 맥락에서 박영숙의 여성주의 사진의 초기 계보에 포함될 수 있다. 본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40대를 촬영한 이 작업에서 피사체는 주로 여성이고, 이들은 응시나 포즈 면에서 사진가와 대등하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화가 석난희, 농구 선수 박신자, 연극인 박정자, 방송드라마 작가 홍승연, 시인 김영태, 건축가 김원 등 40세 전후의 같은 연배이면서 이미 각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낸 문화계 명사들에게 보내는 부러움과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라도 한 듯, 이듬해 사진 전문 갤러리 파인힐에서의 개인전 <노스탈자>를 비롯해 1980년대 중후반 태동하기 시작한 다수의 페미니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쉼없는 활동을 지속하며 페미니즘 작업을 개척해 나간다.
그림마당 민, <여성 해방 - 시와 그림의 만남전 : 우리 봇물을 트자> 1988
박영숙은 ‘또 하나의 문화’와 연대하며 여성주의 개념과 글쓰기 이미지 구성하기를 학습한다. 김혜순의 시 “마녀 화형식”을 읽고 사진으로 표현한 작품 ‘마녀’가 대표적이다. 이 시의 마지막 문단의 “몸 전체의 불길을 매단 채….”라는 구절이 작업을 이끌고 있다. 서양의 역사에서 여성억압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마녀들은 사실 지혜롭고 창의적이며, 주체적인 모든 여성들을 지칭한 단어라고 작가는 대변한다. 마녀에 대한 박영숙의 해석은 그 시대는 질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대적 존재로 상정 후 화형시켰다고 주지한다. 작가는 희생된 마녀들의 영혼을 불러내어 위로하고 싶다는 취지의 작품인 ‘마녀’를 제작한다.
마녀 복장의 모델을 촬영한 후 코스모스가 있는 풍경을 몽타주 방식으로 조합하여 가상의 공간을 확보한다. 4차원의 세계와 오늘의 현실 차원과 중첩 시켜서 중세의 마녀를 20세기 세계로 초대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이 작품은 페미니즘 사진형식을 구축하는데 큰 계기가 된다. 사진에 적힌 박영숙이 메모다. “중세, ‘마녀사냥’에 충격 받아 페미니스트 되다.”
3. 개화기(開花期) 1999년-2005년 <미친년 프로젝트>
1999년-2005년 사이 진행된 <미친년 프로젝트>는 박영숙의 여성의식을 체계화시켜준 페미니즘 학습과 활동의 창조적 결실이다. ‘여성과 현실’ 동인들과의 토론과 연구, ‘또하나의 문화’에서의 페미니즘 이론 공부, ‘여성문화예술기획의’ 아카데미 강좌, ‘현실문화연구’ 운영위원 활동과 워크샵, 후배 페미니스트 그룹인 ‘입김’과의 연대 활동이 작가의 페미니즘 의식을 이론적으로 무장시켜주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푸코의 저서 <성의 역사>와 <광기의 역사> 영향이 작가로 하여금 여성적 자아와 욕망을 억압해온 부계 사회에서 정체성 상실과 굴욕감으로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여성의 현실을 광기 또는 미친년이라는 화두로 통찰하게 만들었다.
1999년의 <미친년들>은 우선 제목의 도발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보도사진 기자로 사진을 시작한 작가는 실제로 정신병원에 가서 정신이상 여성들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찍을 기회가 있었지만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박영숙은 여성적 자아를 누르는 사회 현실을 '미친년'이라는 연출 사진을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모델을 사용하는 연출 사진을 찍기로 결정하며 자신의 지인인 동료 예술가들을 택했다.
모델은 ‘입김’ 작가들이나 윤석남, 이혜경과 같은 가까운 페미니스트 지인들이다. 시키는 대로 포즈를 잡는 직업모델과 다르게 이 아마츄어 작가 모델들은 서로 토론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는 열광적 옹호자들이다. 그들은 미친년이라는 단어를 해방과 같은 쾌감으로 풀이한다. 박영숙 발상의 이 미친년 프로젝트는 결국 동료 페미니스트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으며 점차 자매애에 기반한 자가발전적 페미니즘 프로젝트로 확장되어 나갔다.
2001년 <상실된 성>에서는 섹슈얼리티, 에로티즘이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창조된 남성 언어임을 직시하고 여성적 욕망의 비가시성, 표현 불가능을 젠더 억압의 요인으로 파악하면서 젠더와 마찬가지로 섹스도 사회적, 역사적으로 구축된 부계적 산물이라는 인식을 고취시켰다.
스튜디오에서 모델 촬영으로 진행된 작품들은 일련의 소설 혹은 증언처럼 구성되었다. 환상이 깨진 첫날밤, 원조교제, 부모의 엄포. 작가의 단편적 메모와 벗겨진 속옷과 바이올린, 짖이겨진 입술화장과 찢겨진 옷, 뒤엉킨 두루마리 휴지와 담배 따위의 소품들은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며 상실된 성의 주체와 상징, 박영숙이 웅변을 말한다.
2002년 <갇힌 몸, 정처없는 마음>에는 일상과 일상적 공간의 공포와 폭력으로부터 따듯하고 아늑한 여성만의 환상적 시공간으로의 탈출을 염원하는 해방적 내러티브를 담았다.
미친년들은 가부장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거나 무의식적으로 엇나간 여성들이다. 일상에 순응하며 묵묵히 의무를 수행하다 버티지 못하고 끈이 탁 끊어지는 순간. 그녀의 사진은 여성 일반이 공유하는 이 공동의 경험을 대상으로 한다.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기보다 타자가 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개별적 차이들이 무화될 만큼 여성 일반의 공통된 원체험이기에 모델은 쉽게 작가가 설정한 상황에 동화된다. 고등어를 썰다가, 화단에 물을 주다가, 아이를 돌보다가 문득 넋이 나가버린 그녀들의 심정에 동조하는 이 과정을 작가는 ‘접신’에 비유한다. 마치 무당이 일련의 단계들을 거쳐 혼령과 교통하게 되는 것처럼, 연기자는 모종의 몰입의 시간을 통해 주어진 여성의 상황을 자신의 언어로 소화해내는 것이다.
2003년 <게이(무슈버터플라이 그리고 레즈비언>은 미친년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성적 결정론을 거부하는 극단적 신체담론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작가는 동성애와 같이 비정상으로 터부시되었던 성심리와 성행태에 대한 주목과 함께 부계적으로 구축된 성 정체성과 젠더의 허구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국가 인권위원 주관 “눈 밖에 나다”전에 무슈 버터플라이로 참여한 작가는 20세기 몸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에 힘입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거나 억압하던 이들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의 21세기는 게이 또는 레스비언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적극 ‘드러내기’를 실현해 내는 시대이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몸과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차별의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고 판단한 작가는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과 태도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성정체성을 동의하며 몸과 욕망, 정신과 현실, 고정관념과 단죄에 대해 발언한다.
2003년 <화폐개혁 프로젝트>는 여성 문제를 사회제도 영역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작가는 남성 본위의 화폐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 초상 지폐의 유통을 상정하고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 화폐를 제작, 발행하였다. 초상의 주인공으로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주체적 삶을 살아 온 신화적, 역사적 여성 5인을 선정하였다. 그들은 삼신할머니, 허난설헌, 소현세자빈 강씨, 명성황후, 나혜석 등 박영숙의 언어로 “미친년” 계보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당시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였던 이혜경, 시인 김혜순, 여성학자들인 김영옥과 임옥희, 화가 윤석남 등 현역 페미니스트들이 소위 ‘올드 미스트레스’ 역할을 맡고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했다. 작가는 지폐 디자인으로 꽃, 음식, 자수, 무당 소품 등 비남성적 모티프를 사용하고, 화폐 단위를 원이나 환 대신에 마르지 않는 생명의 원천인 샘으로 치환함으로써 전복적 여성 화폐를 완성하고자 했다.
이 작품들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인물 및 여타의 사물 이미지를 합성한 포토몽타주로 목적성이 뚜렷한 구성을 갖고 있다. 행려병자인 나혜석을 상징하는 낡은 구두, 명성황후의 강인한 성품을 암시하는 칼 등 소품 하나하나마다 도상학적 의미가 부여된다.
2004년 <헤이리 여신, 21세기 여신 우마드>는 여성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염원한 제의적 프로젝트이다. 몽골 전문가 김종래의 저서 (<우마드>, 삼성경제연구소 2002) 제목인 우마드는 우먼과 노마드의 신조어(Woman + Nomad = Womad)로서 “신유목 사회이자 신모계 사회인 현대 사회의 중심에서 등불처럼 살아가는 여성들”을 일컫는다. 우마드는 가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준수하면서도 직업적으로 성공을 성취하고자 하는 완전한 여성상을 추구하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시대가 배출한 전지전능의 ‘알파우먼’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알파우먼이 자기관리형, 체제순응형 실무형 엘리트로 남성을 능가하는 유능한 여성, 말하자면 남성화된, 권력적 여성을 지칭하는 반면, 우마드는 모계 사회의 징후이자 디지털 시대의 특성인 이동, 유동, 변화 등 유목민적 정서를 근간으로 하는 여성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구별된다.
박영숙은 앞으로 한국사회도 여성들이 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우마드형 사회'가 된다는 계시와 같은 저자의 비전에 고무되어 모계적 여성문화를 회복시킬 여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또 우마드가 비무장지대에 근접한 파주 헤이리에 출현한다고 가정하고 사방으로 갈라진 4개의 돌풍 기둥으로부터 변신한 4 여신을 상정하였다. 4인의 동료 페미니스트들이 포즈를 잡은 이들은 생성과 생산을 주관하는 동쪽의 풍요의 여신(가수 안혜경), 사랑과 욕망을 재현하는 서쪽의 사랑의 여신(한예종 연극과 김수기), 정의를 위해 모든 불의를 불태우려는 남쪽의 분노의 여신(연극연출가 문성희), 타자의 아픔을 대신하고 타자의 세계를 스스로 껴안는 죽음의 여신(여성영화제 김혜승)으로서, 바로 이들이 세상을 정화시킬 21세기 여신 우마드인 것이다.
2004년 <오사카와 도쿄의 페미니스트들>
재팬파운데이션 지원으로 이루어진 <오사카와 도교의 페미니스트들>에서 작가는 무대를 일본으로 옮겨 그곳 페미니스트들을 대상화한 공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일본 여성운동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를 회상하며 카메라 앞에서 미친년이 되어보는 감정이입적 경험을 통해 이들은 현재 일본 여성의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동시대 트라우마를 증언하였다.
2002년부터 시작된 재팬 위민스 리브(Japan Women’s Lib-1980년대 일본 여성운동기의 전성세대)의 주체들과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미술팀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오사카에서 시작되고 도쿄로 이어지면서 전시와 심포지움을 주관한 일본 여성들이 이 워크샵에 참여, 스스로 연기하며 진행된 프로젝트다. 참여자들은 21세기에 일본여성들이 처한 각자의 상황, 그 각각의 네러티브가 드러난 환경을 연출했다. 조울증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사운드 아티스트 유코, 아야상의 기모노에 얽힌 이야기, 오키나와 정체성을 갖은 아버지와 오사카 공무원인 엄마, 그 두 사이의 딸이 겪는 이야기, 폭식증 환자, 육아로부터 자아를 잃고 허덕이는 중년여성 등 이 시대의 복잡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문화적 차이를 모르는 작가가 상황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워서, 모델의 실제 생활을 찍은 경우가 많다. 참여자의 인생사를 듣고 그녀의 집이나 직장 등 실생활 공간 속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다수다.
2005년 <꽃이 그녀를 흔든다>는 아름다움과 연약함으로 동질화되고 남성적 시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꽃과 여인의 전통적 유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꽃과 여인에 관한 슬픈 전설이나 꽃으로 피어나는 한 많은 여자의 이야기가 그러한 유추를 예증한다. 광기로 동일화된 꽃과 여인, “꽃 피우는 땅”과 일체가 된 여인을 카메라에 담은 이 작업을 김혜순 시인은 “땅이 미치지 않고서는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여자가 미치지 않고 어찌, 노래를 하고, 춤을 추겠는가”라는 시구로 언어화하였다.
일상 공간 속 한 장면을 연출하여 촬영한 작품들은 연극적 요소가 의미의 확대 해석을 가능케한다. 아카시아 꽃으로 뒤덮인 방에서 모델은 작위적으로 포즈를 취한다. 꽃밭에 눕거나 담벼락 넘어를 까치발로 올려다 보는 모습도 매우 연극적이다. 동시에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연못을 응시하는 모습 등 일상 속 한 장면 같은 자연스러운 연출이 다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자신의 경험만큼 작품의 영역과 기능은 확장 가능하다. 아름다운 순간만의 꽃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피고, 지고, 밟히고 이지러지는 모습까지의 여성과 그 삶을 카메라에 포착하고자 했다.
2005년 <내안의 마녀>는 여성 내부의 마녀, “감추려해도 감추어지지 않고 발광하는” 마녀를 연극인들인 김지수, 이경미, 예지원, 신학자 정현경 등을 모델로 재현한 연출사진이다. 미친년과 동일시된 마녀는 미술사적으로 메두사, 창녀와 마찬가지로 추방되어야할 부정적 여성상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뮤즈, 성녀, 숙녀 등 처방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 대신에 ‘팜므파탈’적 마녀를 내안의 알터에고로 등장시킴으로써 콩쥐형의 착한여자나 행복한 어머니상과 같은 브루주아 여성 이데올로기를 전복하고자 한 것이다.
마녀는 박영숙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주제 가운데 하나로, 1988년 <우리 봇물을 트자> 전시에 출품한 <마녀>는 물론, 2020년 개인전에서 선보일 <그림자의 눈물> 역시 마녀에 관한 서사다.
4. 전환기(轉換期) 2017년 : 2017년 한미사진미술관 개인전 <두고왔을 리가 없다>
박영숙은 노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현대 페미니즘의 한가지 화두인 연령차별주의를 이슈화한다. 이 작품은 70대의 박영숙이 80-90대 여성들을 방문 촬영하고 인터뷰한 실버 페미니즘의 초판본인 셈이다. 극단 단장이자 무대미술가인 이병복, 화가이자 패션디자이너 김비함, 판소리 명창 최승희,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기업인 아내 박경애, 안동할매 청국장집 사장 이상주, 종갓집 며느리/갤러리 대표 이은주 등, 초상 사진의 주인공들이 피사체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섰다. 7인의 면면이 말해주듯이, 이들은 희생적 삶을 살아온 전통적 모성상이나 가부장 체제하의 피억압적 여성상과 무관한 성공한 노년 여성들이다. 가정과 자신의 경력을 양립시키며 노년의 비애와 분노, 노화와 죽음의 공포를 긍정적 삶으로 승화시킨 이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서사다.
남성중심주의, 성년중심주의, 세대중심주의 사회에서 연령의 서열은 젠더의 서열, 힘의 서열, 계급의 서열, 외모의 서열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편견, 소외, 차별의 근간을 이룬다. 특히 유교문화의 잔재를 안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노년이나 유년에 대한 연령차별주의는 비단 페미니즘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령유연적이고 연령통합적인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극복해야 할 사회적 대과제 중의 하나이다. 장년층 남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부계사회에서 늙은 여자는 “미친년”과 마찬가지로 추방과 저주의 대상이자 결핍과 장애로 간주된다. 늙은 여자를 “추한 노파”로, 그들의 몸을 괴물적 그로테스크로 폄훼하는 대신, 노년의 자연스러움과 경륜을 칭송하는 성숙한 태도를 통해 세대간, 젠더간 교감하는 사방소통의 사회, 타자와 약자를 포용하는 환대의 문화를 이룩할 수 있다. 이것이 반연령분절주의, 반연령차별주의를 강조하는 (박영숙) 페미니즘의 과제와 당위를 대변한다.
1. 서문
박영숙 디지털 아카이빙 연구는 전작을 목록화해 박영숙 작가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박영숙은 한국 1세대 여성 사진작가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사진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작가의 특성상 페미니즘 이슈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작가는 시리즈라는 용어보다는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길 선호한다)의 개념으로 작업을 진행해, 작가 관련 문헌 자료에서 작품에 관한 세부 정보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작품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여러 전시 도록과 문헌 자료, 작가 기록, 작가 인터뷰를 참조해야 했다. 또한 작품을 게재한 전시 도록, 단행본, 언론 기사 등에서 작품과 프로젝트의 제목이 혼용되어 기재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아카이빙 연구에서는 작품명과 프로젝트명을 명확히 구분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의 세부 정보를 명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사진작가인 작가의 특성상 작품 목록화만큼이나 작품 외 자료의 목록화 작업이 중요했다. 작품 외 자료에는 페미니즘 활동 증빙자료,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 강사, 강연자로서 활동, 전시 기획, 사진 전문 화랑인 트렁크 갤러리를 운영하며 직접 집필한 전시의 서문 등 다방면에 걸친 작가의 궤적을 파악하고 정리하고자 했다.
기존에 박영숙의 작품을 집대성한 출판물은 2016년 헥사곤에서 발행한 단행본 『박영숙』 이다. 이 책은 1981년 발표한 <36명의 포트레이트>부터 2005년 작품까지 작가의 작품 전모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집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작가는 2016년 이후 계속해서 작품 제작을 하고 있어 전작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작품 이미지, 제목, 제작기법, 제작연도에 관한 기록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대조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팀은 주어진 시간 동안 새로운 자료를 다수 발굴하고, 기존 자료를 정리하고 이를 검증해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자료들이 남아있어 지속적인 자료 발굴과 이에 따른 자료 수정과 보완이 필요함을 밝힌다.
2. 일러두기
1-1 작품
1. 작품 선정기준
- 작품은 전시와 출판을 통해 발표된 작품, 소장 이력이 있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 실물 프린트가 남아 있지 않지만 전시 도록, 리플릿, 신문기사 등 출판물에 게재된 작품도 포함시켰다.
- 사진 매체 특성상 A컷과 B컷은 다른 작품으로 표기했다.
- A컷과 B컷이 혼용되어 발표된 경우 대표작과 일반으로 구분 표기했다.
- 한 작품에 여러 이미지가 병치된 경우, 일부 이미지만 출판물에 게재되었을 때 같은 작품에 포함시키고 연구자 노트에 전체 작업의 일부 이미지임을 명시했다.(예 : 마녀, 장미)
- 작가가 참여한 공동 작업도 포함했으며, 전체 작업에서 일부로 작가가 개인 작업으로 발표한 경우 다른 작품으로 구분했다. (예 : 자화상, 이제, 크신 어머니 자고 깨니)
2. 작품 배열기준
- 작품의 배열순서는 작품 제작 시기 순으로 배열했다.
- 동일한 대상(인물)을 다른 매체로 작업한 경우 매체 구분 보다 동일한 대상(인물)을 우선으로 배열했다.
3. 작품 정보의 분류기준
① 작품 제목
- 작가 자신이 붙인 제목을 우선으로 하고, 제목이 복수인 경우에는 제목의 출처 및 이력을 함께 명시했다.
- 작품 제목의 혼용과 혼선을 피하기 위해 ‘프로젝트’명(작가는 시리즈라는 용어보다는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길 선호한다)탭을 추가해 구분했다.
- 영문 제목과 프로젝트명은 작가가 정한 표기를 따랐다.
② 제작년도
- 제작년도가 불명확한 경우 추정 연도를 명시했다. 추정 연도는‘c.연도’로 표기했다.
- 제작연도의 추정에는 작품 발표 시기, 작가 인터뷰 등을 참조했다.
③ 재료 및 기법 표기
- 작품의 매체는 사진, 영상, 설치로 구분되며, 사진의 경우 프린트 방식에 따라 젤라틴 실버 프린트, 디지털 프린트 등으로 분류한다.
- 작품 중 잡지 기사, 도록, 리플릿 등 기록은 있지만 실물 프린트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 재료 및 기법은 ‘인쇄물’로 표기하고, 작가 인터뷰를 참고해 추정했다.
- 사진 작업의 세부 정보를 명시하기 위해 카메라, 필름, 인화방식, 인화기법, 인화지, 후가공 프로그램 탭을 추가해 내용을 표기했다.
④ 작품 크기
- 사진의 크기는 세로×가로(cm) 순으로 표기했으며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명시했다.
- 작가는 일반적으로 이미지 크기를 작품 크기로 상정해 이에 따랐다. 예외적으로 공동 작업 <자화상>에서 사진 작품은 인화지 크기가 작품 크기에 해당하며, <두고 왔을 리가 없다>는 여백을 포함한 이미지 크기가 작품 크기다.
- 출판물에 수록된 이미지의 경우 정확한 규격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인쇄물’이라 기재했다.
- 실물 프린트가 없는 필름, 디지털 파일의 경우 ‘디지털 파일’이라 기재했다.
- 전시 도록, 단행본, 신문기사 등 출판물에 수록된 작품은 기재된 크기 그대로 기재했으며, 소장처가 있는 작품의 경우도 소장처에서 제공한 크기 그대로 기재했다.
⑤ 에디션
사진 매체 특성상 에디션 세부 정보를 명시하기 위해 크기, 프린트 년도 탭을 추가해 기재했다.
⑥ 소장
현재의 소장처를 명시했다.
⑦ 관련 문헌기록
- 작품이 언급되거나 게재된 문헌기록의 저자, 제목, 출처, 연도를 명시했다.
- 문헌 자체에 쪽 번호 표시가 없는 경우 ‘n.p.’로 표기 후 연구자가 확인한 쪽수 괄호로 기재했다.
1-2 작품 외 자료
1. 작품 외 자료 선정기준
① 작품 외 자료는 크게 1)작가 생산 텍스트/이미지와 2) 활동증빙자료, 3) 전시 리플릿으로 나눈다.
1) 작가 생산 텍스트는 작가가 쓴 논문, 칼럼, 에세이, 전시 서문을 의미한다.
2) 작가 생산 이미지는 잡지 표지 사진, 도서 표지 사진 등 작품 외에 작가가 생산한 이미지를 일컫는다.
3) 전시 리플릿에는 2000년대 후반 전시의 웹포스터 형식 리플릿까지 포함한다.
② 활동 증빙 자료에는 사진 협회 관련 활동, 표창 및 수상, 여성주의 활동 증빙 자료가 포함된다.
2. 작품 외 자료 분류기준
① 작가가 정기간행물에 장기 연재한 칼럼의 경우에는 칼럼으로, 단발성 기고의 경우에는 에세이로 분류하였다.
② 작가가 트렁크 갤러리에서 기획한 전시들을 위한 텍스트는 작품 외 자료에서 ‘전시 서문’으로 분류하였다. 작품 외 자료에서 ‘단행본’은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 중심 출판물을 일컫는다.
③ 작가 생산 이미지는 잡지 표지 사진, 도서 표지 사진 등 작품 외에 작가가 생산한 이미지를 일컫는다.
④ 표창이나 수상의 경우에도 여성주의 활동과 관련이 될 경우 여성주의 활동 증빙으로 분류하였다.
⑤ 전시 리플릿에는 2000년대 후반 전시의 웹포스터 형식 리플릿까지 포함한다. 이 경우 대표 이미지 파일명 끝에 P를 첨가하였다. (예 : L_201803_P)
⑥ 작품 외 활동 증빙을 위한 파일 자료들을 기본 파일명의 형식은 【각 분류 카테고리의 첫 글자(영문대문자)_생산년도(필요시 월일 추가)】로 한다.
작품 외 활동에 해당하는 대분류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작품 외 활동 : Activity, 이미지 파일명 약자 A
전시리플릿: Leaflet, 이미지 파일명 약자 L
작품 외 활동 Activity은 다음과 같이 세분하였다.
AA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 (칼럼, 에세이), 작가 생산 이미지
AC 학술 활동 (강연, 심포지움 등)
AF 여성주의 관련활동
1-4 연구 및 참고문헌
1. 연구 및 참고문헌 자료 선정기준
① 연구 및 참고문헌은 작품 비평, 작가 분석, 작가 인터뷰, 전시 서문, 전시 리뷰 등 제3자가 작가와 관련되어 작성한 텍스트 및 영상 콘텐츠를 의미한다.
② 연구 및 참고문헌 자료는 크게 1) 논문, 2) 단행본, 3) 전시 도록 및 자료집, 4) 비평글, 5) 신문기사, 6) TV자료, 7) 웹자료, 8) 정기간행물로 나눈다.
2. 연구 및 참고문헌 자료 분류기준
① 단행본의 경우, 독점적으로 작가에 관해 다루는 경우와 언급 및 인용의 방식 등 부분적으로 다루는 경우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전체적인 서지 정보와 함께 작가가 인용된 부분을 별도 표기한다.
② 도록의 경우, 단체전과 개인전으로 분류한다. 단체전 도록의 경우 ECC, 개인전 도록의 경우 ECI이 파일명으로 구분한다.
1) 단체전 도록의 경우 표지 및 내지 등 일반적인 서지 정보와 함께 작가 혹은 작품이 수록된 부분을 별도 표기한다.
2) 개인전 도록의 경우 전시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가 들어있는 부분만을 표기한다.
③ 전시 도록 수록 여부와 상관없이 작가 비평글은 별도로 분류하여 정리한다.
④ 동일 전시와 관련된 보도 자료의 경우, 그 내용의 유사한 정도와는 상관없이 별건으로 분류하여 정리한다. 이는 해당 내용의 보도 빈도 및 그 성격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신문기사 자료의 이미지 파일명 분류는 N으로 시작한다.
⑤ 웹자료는 온라인 보도자료를 뜻한다. 해당 자료의 경우 링크URL을 함께 표기하였다.
⑥ 정기간행물 자료의 이미지 파일명 분류는 P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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